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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논쟁에 멈춘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스테이블코인 논쟁에 멈춘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스테이블코인 논쟁에 멈춘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성격 규정 논쟁이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이 다시 한 번 지연됐다. 설 연휴 전 법안 발의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실제 입법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 발행·상장·공시·사업자 규율을 담은 이른바 ‘2단계 입법’은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후속 입법으로 추진돼 왔다. 금융당국과 국회는 당초 지난해 10월 정부안 윤곽 공개와 연말 국회 제출을 목표로 했지만, 관계기관 협의가 지연되며 일정은 차례로 미뤄졌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가 지난달 28일 국회 비공개 회의를 열어 당내 복수 법안을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하면서 설 연휴 전 발의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해당 회의에서도 핵심 쟁점에 대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에서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하도록 하는 이른바 ‘51% 룰’과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51% 룰은 한국은행이 금융안정성을 이유로 줄곧 요구해온 사안으로, 금융위원회와 여당 내부에서도 시각차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TF 측은 중재안을 마련해 관계 부처에 전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입법 지연의 배경에는 스테이블코인의 성격 규정을 둘러싼 근본적인 논쟁이 자리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결제 수단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사실상 금융상품에 준하는 규율이 필요한 대상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발행 요건과 감독 체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핀테크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결제 인프라로 규정하며 국경 간 송금 비용 절감과 실시간 정산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반면 금융당국과 연구기관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치 안정’을 전제로 유통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언제든 1대1로 상환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동하는 만큼, 예치·지급보증과 유사한 금융적 신뢰 구조를 내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보험연구원은 스테이블코인이 가치 안정성에 대한 기대, 발행 주체의 준비자산 운용 방식, 위기 시 상환 가능성 측면에서 전통 금융상품과 유사한 리스크 구조를 가진다고 분석해 왔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이 민간 발행자의 신뢰와 준비자산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시장 불안이 발생할 경우 환매가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준비자산 매각을 통해 금융시장 전반으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멈추면, 2단계 입법도 멈춘다”는 말이 나온다. 발행·상장·공시 규율은 물론 법인 거래 허용과 ETF 논의까지 모두 스테이블코인의 법적 성격과 감독 구조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입법 논의가 재개되자 금융권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삼성 계열사 등 대형 플랫폼과의 협력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은 지방 금융지주들과의 컨소시엄 구성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만으로는 시장 확장성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 자체보다 어디에서 어떻게 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실질적인 사용처와 사업 모델이 명확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내수 중심 자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외국인 송금이나 투자 수요가 제한적인 만큼, 카드 앱이나 배달 앱 등 국내 플랫폼 내 활용처 확보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보험연수원은 제도 논의와는 별도로 상반기 중 강의 수강료를 디지털 자산으로 결제할 수 있는 기술적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연수원은 AI 에이전트 기반 자동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화될 경우 이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 전 법안 발의 자체는 상징적 의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볼지, 금융상품에 준해 규율할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입법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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