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연구원 “연금·주택자산 환류 장치 필요”

보험연구원 “연금·주택자산 환류 장치 필요”
우리나라가 퇴직연금과 주택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연금자산과 주택자산 간 연계가 미흡해 고령층 노후자산의 유동화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거 목적의 퇴직연금 중도인출이 급증하면서 연금자산 누수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은퇴 시점에 주택자산을 다시 연금으로 환류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은 1일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고령가구의 주택 보유율은 67.8%로 OECD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이지만, 주택연금의 낮은 소득 대체율과 강한 상속 동기, 제도에 대한 오해 등으로 상당수 고령자가 주택자산을 노후소득원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연금자산과 주택자산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노후자산 활용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는 주거 안정을 이유로 퇴직연금의 중도인출과 담보대출을 허용하고 있다. 퇴직급여법 시행령에 따라 DC형과 IRP는 주택구입, 주거임차, 장기요양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중도인출과 적립금의 50% 이내 담보대출이 가능하고, DB형도 적립금의 50% 한도 내에서 담보대출이 허용된다. 다만 인출 이후 해당 자금이 다시 연금으로 환류되도록 하는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보험연구원은 “적립자산 활용의 출구는 열려 있지만, 형성된 주택자산이 연금으로 복원되는 경로는 부재해 장기적으로 연금자산 누수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실제 통계에서도 주거 목적 중도인출 비중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2024년 퇴직연금 중도인출은 총 6만6531건으로, 이 중 주택 구입이 3만7618건, 주거임차가 1만6955건으로 약 82%를 차지했다. 금액 기준으로도 전체 2.7조원 가운데 주택이 1.8조원, 주거가 0.6조원으로 합계 비중이 약 90%에 달했다. 보험연구원은 이러한 주거 목적 인출이 장기적으로 연금자산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해외 사례와의 비교도 함께 제시했다. 싱가포르는 중앙적립기금(CPF)을 통해 퇴직연금으로 주택 구입을 허용하되, 주택 매각 시 인출 원금과 이자를 연금계좌로 의무 반환하도록 하고 있다. 55세 은퇴 시 최소은퇴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주택에 담보권을 설정해 주택 가치의 일부를 연금자산으로 남기도록 하는 방식이다.
스위스 역시 주택소유장려제도(WEF)를 통해 연금 적립금을 주택 구입에 활용할 수 있지만, 매각 시 즉시 상환을 의무화하고 미상환 시에는 연금 감액이라는 패널티를 부과한다. 반면 은퇴 전 자발적으로 상환하면 과거 납부한 자본인출세를 환급해 연금 복원을 유도하고 있다.
호주는 추가 납입한 퇴직연금 적립금에 한해 첫 주택 구입에 활용하도록 허용하는 한편, 55세 이상 고령자가 주택을 매각해 연금계좌에 재납입할 경우 납입 한도와 총 잔액 규제를 면제하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주요국은 연금 적립금의 주택 활용을 허용하되 은퇴 시점에는 이를 다시 연금자산으로 환류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세제 인센티브를 통해 유도하고 있다”며 “주거 안정과 노후소득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는 생애주기 맞춤형 자산 배분 전략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 역시 퇴직연금의 주택 활용이 단순 인출로 끝나지 않도록, 주택 매각 자금을 연금계좌로 재납입하거나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과세 이연과 납입 한도 예외 등 혜택을 부여하는 조건부 인출·환류 장치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