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국토교통부와 조달청 등 관계 부처는 2026년 7월 22일 비상경제본부 회의를 통해 '차세대 체불방지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건설업은 발주자, 원수급인, 하수급인, 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도급 구조로 인해 자금 흐름 관리가 어렵다. 이로 인해 대금체불이 발생하기 쉬우며, 하수급인과 노동자에게 연쇄 피해가 생기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건설업 임금체불액은 2023년 4264억원에서 2024년 4657억원으로 증가했고, 2025년에는 4028억원, 2026년 4월까지 1176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9년 6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을 통해 공공 발주 건설공사에서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 시스템은 '하도급지킴이'라는 이름으로 조달청이 운영해 왔으며, 공공공사에서 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민간 발주 건설공사에 대해서는 2025년 9월 '임금체불 근절대책'을 마련했지만, 시스템 사용이 의무화되지 않아 확산에 한계가 있었다.
현재 다양한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이 운영 중이다. 공공공사에서는 조달청의 하도급지킴이(3149개 기관 사용), 중기부의 상생결제(68개), 철도공단의 체불e제로(1개) 등이 있다. 민간공사에서는 페이컴스의 클린페이(6310개 기관), NICE디앤알의 노무비닷컴(30개) 등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100대 건설사의 76%가 이미 민간 개발 시스템을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건설공사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 민간 현장에도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고, 공공과 민간 현장 모두에 발주자 직접지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2026년 5월 법사위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을 기다리고 있으며, 2027년 1월 시행이 예정된다. 이에 따라 법 개정과 함께 실제 체불 없는 건설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국가시스템인 하도급지킴이를 개편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해졌다.
기존 하도급지킴이는 전통적인 다단계 지급 체계를 기본으로 설계되어, 발주자 직접지급을 구현하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지급 관계와 수령 방식 등을 새롭게 구현해야 하는 등 시스템 구조 재설계가 필요하다. 또한 운영 주체가 조달청이고, 건설현장 감독·관리 책임은 국토부로 이원화되어 있어 비효율이 발생했다. 건설현장의 애로사항은 국토부로, 시스템 기능 개선 요청은 조달청으로 분산되는 등 행정 불편이 컸으며, 2020년 이후 개선 사항 8건 중 6건이 건설산업기본법 관련 사항이었지만 시스템 개선이 원활하지 않았다.
차세대 시스템의 핵심 기능은 공사대금과 임금에 대한 발주자 직접지급이다. 기존 체불e제로 등의 운영 사례를 고려해, 원수급인과 하수급인의 계좌 압류 등으로 인한 체불이 발생하지 않고 자금 흐름이 투명하게 관리되도록 설계된다. 특히 청구 단계부터 수급인, 하수급인, 근로자 몫이 구분되도록 하여 상대적으로 대금 지급이 취약한 건설노동자와 장비업자를 보호한다. 예를 들어 하수급인이 청구할 때 자신의 몫과 근로자 몫을 구분하고, 수급인이 이를 승인해 발주자에게 청구하는 방식이다. 또한 화재 등 재난 사고에 대비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입주와 재해복구 체계, 장애 관리, 개인정보보호 등 대규모 자금 거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보안 기능을 확보한다.
운영 주체는 기존 조달청에서 건설산업 분야 주무부처인 국토부로 이관된다. 하도급지킴이 이용자의 99.6% 이상이 건설공사에서 사용 중이며, 국토부가 제도와 시스템을 함께 운영하면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국토부 소관 건설산업정보원의 등록 정보와 차세대 시스템을 연계하면 공사대금 체불 현황, 무자격 업체 등록 여부, 하도급사 등록 누락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세부 이행 방안으로는 재경부, 국토부, 조달청 등을 중심으로 '관계기관 합동 TF'를 구성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시스템을 조기 구축하기 위해 이미 진행 중인 조달청 정보화 전략계획(ISP, 3억원)을 활용해 시스템 개발 방식과 예산을 산출한다. 국토부도 2026년 추경을 통해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위한 ISP 예산 1.33억원을 반영했으나, 기획처 등 관계부처 간 협의와 예산 중복을 고려해 불용 처리했다.
제도 개선을 위해 전자조달법 시행령과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전자조달법 시행령은 하도급지킴이 이관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건산법 시행령은 건설산업정보원이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도록 위탁 근거를 신설한다. 개정안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이 건설산업정보종합관리체계의 효율적인 구축과 활용 촉진을 위해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의 구축·운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시스템 개발 전 경과조치도 마련된다.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7년부터 발주자 직접지급제가 시행되지만, 차세대 국가시스템은 2028년에야 개시된다. 이 기간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 현장에서 체불 방지 기능이 검증된 체불e제로나 민간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국토부 고시를 제정할 예정이다. 또한 차세대 시스템 구축 후에는 기존 하도급지킴이의 건설공사 외 분야 관리 및 지원 방안을 중기부 상생결제 시스템 활용 등을 통해 검토할 계획이다. 상생결제는 2025년 기준 852개사(공공 449개, 민간 403개)가 이용하며 189조 1000억원을 지급한 실적이 있다.
추진 일정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2026년 7월에는 조달청이 ISP 연구용역을 착수하고, 8월까지 중간 결과물을 정리한다. 10월에는 최종 정보시스템 및 사업계획을 작성한다. 12월에는 전자조달법 시행령과 건산법 시행령 개정을 완료하고, 건설산업기본법 시행규칙 개정과 전자대금지급시스템 지정을 위한 국토부 고시를 제정한다. 2027년 1월에는 소프트웨어 사업 영향평가와 보안성 검토 등 발주 준비를 시작하고, 3월에 차세대 시스템 발주 계약을 의뢰한다. 4월부터 12월까지 시스템을 개발하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행정안전부, 기획예산처 등 관계 기관과 협의를 진행한다. 2028년 1월에는 시스템 시범 운영과 시행을 통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