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서남권에서 첫발을 뗐다. 정부는 2026년 6월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서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를 열고, SK, 삼성전자, 앰코 등 주요 기업이 서남권에 총 896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기업들의 투자 계획과 정부의 육성 전략을 공유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보고회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기후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앰코 관계자, 전남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역 테크노파크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먼저 SK는 약 470조원을 투자해 서남권에 반도체 메모리 메인 팹 2기와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425조원을 호남에 투자하며, 서남권에 반도체 메모리 팹 2기와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짓는다. 반도체 패키징 전문 기업 앰코는 1조원을 투자해 광주에 첨단 패키징 팹 공장을 증설한다. 이들 세 기업의 투자 규모를 합치면 896조원에 달하며, 이는 서남권 경제 지도를 새로 쓰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내놨다. 핵심은 맞춤형 인프라 구축과 투자 여건 조성이다. 우선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을 조성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 체계를 가동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반도체 특별위원회'와 '반도체 혁신성장지원단'을 설치해 투자 전 과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물(WATER)은 댐과 하수 재이용수 등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전력(ELECTRICITY)은 팹 가동에 필요한 발전설비와 송전망을 신속히 구축한다. 부지(SITE)는 산업단지 조성 기간을 현재의 절반인 5년 이내로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인력(TALENT)은 반도체 전문 교육과정인 'Arm 스쿨'과 남부권 반도체 공과대학을 통해 첨단산업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반도체 혁신성장지원단은 투자가 적기에 이뤄지도록 인프라 지원 방안과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해 특별위원회에 보고하고 총력 지원한다.
또한 정부는 누구나 투자하고 싶은 매력적인 환경을 조성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특구법'에 따라 서남권에 최소 1개 이상의 메가특구를 지정해 기업이 겪는 각종 규제를 한꺼번에 해소한다. 전력, 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 비용은 정부가 최대 100% 지원하고, 기업과 근로자에게는 지역별 차등 세제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더 쉽게 투자하고, 인력은 지방에서 오래 거주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산업부는 기업 투자의 성공을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7월 1일 새로 출범하는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에 행정역량을 총동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에 인센티브를 최대한 부여하고, 투자 전 주기에 걸쳐 밀착 지원하며, 우수 인력이 정착할 수 있도록 교통, 주거, 여가 등 정주 여건을 대폭 개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서남권 입지 여건을 활용해 '기업형첨단도시' 선도모델을 조성한다. 기업형첨단도시는 대규모 양산, 기술 실증, 연구 기능을 동시에 실현하는 새로운 공간 프로젝트로, 기업이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모습으로 신속하게 조성하는 게 목표다. 인허가, 보상, 설계를 동시에 추진하고 부지 조성과 건축 공사를 일괄 수행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조성 기간을 단축한다.
기업 요구에 맞춰 도시계획 규제를 완화하고, 공공지원 임대전용 부지를 제공하는 등 맞춤형 입지를 공급한다. 전남대 캠퍼스혁신파크, 광주 도심융합특구, 광주과학기술원 등과 연계해 산학연 혁신허브를 조성, 기업 연구와 창업 생태계가 함께 성장할 여건을 마련한다. 교통, 주거, 교육, 여가 등 정주 여건도 지원하며, 호남 고속철도, 고속도로, 무안국제공항 등 간선 교통망과의 연결성을 강화해 도시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보고회에 이어 열린 투자협약식에서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앰코와 주요 부처가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협약은 서남권을 대한민국 첨단산업의 성장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업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투자를 추진하고 각 부처는 소관 업무를 적극 수행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서남권 첨단산업 육성 기반과 정책 마련, 생태계 구축 등을 담당하고, 기재부는 정책 조정과 지원, 과기부는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조성, 국토부는 산업단지와 정주·교통 인프라, 기후부는 전력과 용수 공급 인프라를 각각 맡는다.
정부는 이번 투자가 서남권은 물론 한국 경제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발표된 896조원은 서남권,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의 경제 지도를 새로 쓰는 수준"이라며 "서남권을 수도권에 이은 제2의 반도체 생산거점이자 첨단산업의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의 투자가 계획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정부도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