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AI 자율주행로봇이 항공기 하부를 촬영하고 결함을 식별하는 정밀 검사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자율주행로봇은 공항 계류장 출입이 금지됐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6월 29일 '제3차 산업융합 규제특례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5건의 실증특례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번 규제특례는 AI, 에너지, 생활 밀착형 분야를 중심으로 마련됐다. 기존 법령으로는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기 어려웠던 기업들이 일정 조건 아래 현장 실증을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검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대형 항공사와 스타트업, 공공기관이 협력해 국민 생활 개선에 기여할 과제들이 포함됐다.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AI 기반 항공기 외관 검사시스템'이 대표적 사례다. 지금까지 정비사는 최대 20m 높이의 항공기 하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거나 장비를 이용해 검사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자율주행로봇 '로버'가 항공기 밑을 돌아다니며 촬영하고 AI가 손상 여부를 실시간 분석한다. 정비사는 AI 진단 결과를 최종 확인하고 정비만 수행하면 되므로 8~12시간 걸리던 검사 시간이 1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고소 작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위험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실증 과정에서는 로봇 안전성 검증, 영상정보 보안 관리 체계 구축, 공항 운영 영향 최소화 방안 등 사전 조건이 붙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라온프렌즈' 컨소시엄이 경기 고양시와 전남 나주시 유휴 부지에 공유형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는 실증에 나선다. 현행 전기사업법상 ESS 사업자는 전력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특정 소비자와 직접 전력을 거래할 수 없고, 중개 플랫폼도 전력 시장 없이 요금을 청구·수납할 수 없었다. 이번 특례로 ESS에서 생산한 전력을 인근 공공기관 등 수용가가 직접 사용하고, 전기요금에서 차감하는 구조가 허용된다. 이에 따라 혼잡 시간대 배전선로의 과부하가 해소되고 참여 수용가의 전기요금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증은 동일 배전선로 내 전기使用者로 제한되며, 전력량 요금 정산에 한해 허용된다.
생활 밀착형 과제로는 에이젠코어가 개발한 삼중수소(H-3) 자발광 축광표지 실증이 포함됐다. 이 제품은 외부 광원 없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무전원 안전표지로, 정전이나 전시 상황 같은 비상시에도 작동한다. 현행 소방시설법상 '축광표지' 정의가 외부 광원 흡수·축적을 요구해 이 제품은 성능인증을 받을 수 없었다. 위원회는 실증 데이터를 통해 기존 기술 기준과 동등 이상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증빙하면 특례를 허용하기로 했다.
해양오염 대응을 위한 '방제자재 검정 간소화 실증'도 승인됐다. 유한킴벌리, 미주케미칼, 티투컴은 최초 형식승인과 검정을 통과한 유흡착재에 대해 동일 공정·품질관리 체계 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검정 절차를 간소화한다. 그동안 제품 생산 때마다 반복 검정을 받아야 해 출고 기간이 길어져 긴급 방제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웠다. 샘플 품질 모니터링 불합격률 1% 미만, 출고 소요 기간 5일 미만 유지 등의 조건이 붙었다.
어촌 활성화를 위한 '마을어업권 공공임대 서비스'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어촌어항공단은 전북 고창과 제주시의 어촌마을에서 마을어업권을 공공임대 방식으로 확보한 뒤 민간에 재임대해 생산기반형·체험관광형 사업을 운영한다. 현행 수산업법은 어업권을 어촌계나 수협에만 부여하고 외부 임대를 금지하며, 어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어구도 제한적이었다. 이번 특례로 기계를 활용한 바지락 채취나 해녀·갯벌체험 등 관광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어 고령화된 어촌마을에 청년 창업과 민간 투자 유입이 기대된다. 단 어장 황폐화를 막기 위해 주기적 모니터링과 어업기반 사업 추진이 조건으로 달렸다.
김성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성장실장은 "이번 위원회에서는 항공기 안전을 책임지는 자율주행로봇부터 어촌 생산성을 높이는 마을어업권 공공임대까지 국민 생활과 밀접한 특례들이 승인됐다"며 "앞으로도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