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로 퍼즐 맞추기
최근 경제성장률이나 시민들의 체감경기는 썩 좋지 않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광고 시장은 방송·통신 광고비 기준 약 17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2033년까지 32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다.
매년 수많은 광고가 쏟아지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오랫동안 기억되고 사랑받는 광고는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다. 나이키는 단순한 신발이나 스포츠용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Just do it’이라는 슬로건을 통해 ‘성공 경험’이라는 감성적 가치를 전달한다. 소비자들은 운동화를 신었을 뿐인데 스포츠를 넘어 삶의 도전을 응원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광고의 고전이 되었지만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대형차가 유행할 때 ‘Think small’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작지만 실용적인 자동차 ‘비틀(Beetle)’의 장점을 전달했다. “고장난 차를 광고했다”는 일화처럼 제품의 약점조차 솔직하고 재치있게 풀어냄으로써 진정성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위스키 브랜드 J&B의 광고 또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Ingle elle ingle elle The holidays aren’t the same without J&B”라는 카피가 인상적인데, “휴일에 J&B가 없으면 어쩐지 뭔가 빠진 것 같아요…”쯤으로 해석이 되는 그 광고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캐롤 징글벨을 소환해서 멋진 카피를 완성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알파벳 두 글자로 퍼즐을 맞춰낸 J&B라는 브랜드를 선명하게 기억할 것이다.
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의 화가 장승요(張僧繇)는 금릉(지금의 난징)에 있는 안락사(安樂寺) 벽에 네 마리의 용을 그렸지만, 눈동자만은 그려 넣지 않았다. 이유를 묻자 그는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들이 벽을 뚫고 하늘로 날아가 버릴 것"이라 답했다. 사람들은 허풍이라며 눈동자를 그려 넣으라고 재촉했고, 결국 장승요는 붓을 들어 두 마리 용에게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눈동자를 그린 용 두 마리가 꿈틀거리더니, 하늘로 솟아올랐다고 한다.
바로 ‘화룡점정(畫龍點睛)’의 고사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J&B나 화룡점정처럼 잘 완성된 퍼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 둔화로 해마다 구직난이 벌어지고 있다. 통계적으로 우리 사회에는 2860만개의 일자리(2024 경제활동인구조사)가 있다고 한다. 그 많은 일자리에 모두 적임자들만 배치되진 않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적성과 너무나도 안성맞춤이어서 항상 신나고 즐겁게 일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신의 기대와 동떨어져 이직이나 전직을 심각하게 고민할 수도 있다.
또는 적성에는 잘 맞지 않지만 미래의 더 큰 성장을 위해 다양한 경력을 쌓는 과정에 있을 수도 있겠다. 내가 찾은 일자리의 퍼즐이 처음부터 꼭 들어맞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꿈을 키우고 능력을 키우면서 얼마든지 새로운 자리로의 수평 또는 수직 이동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퍼즐을 맞춰가는 새로운 도전에는 늘 실패가 뒤따르곤 한다. 의외로 우리 사회는 그런 실패에 관대하다. 수많은 역경을 딛고 더 큰 성취를 이룬 경우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나이키 광고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았기에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실패가 가져다주는 의외의 성취나 특별함이 많이 있다. 피사의 사탑은 건축상의 실수였다. 건축가들이 바로잡으려고 하자 오히려 더 나빠졌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그 탑은 바로 그 실수 때문에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건축물이 됐다.
고대 중국의 연금술사들은 영생불멸의 영약을 찾아서 초석과 유황 그리고 숯을 섞었다. 그런데 다른 것을 발견했다. 바로 화약이었다. 페니실린·플라스틱·인공심박조율기·포스트잇 등 수많은 발명품은 다른 퍼즐을 맞추기 위한 도전 과정에서 우연히 만들어졌다.
최근까지 공연을 마친 가왕 조용필은 매일 2시간씩 연습을 해 왔다고 멤버들이 귀띔했다. 당사자보다 밴드 연주자들이 더 힘들었음을 토로했다. 이미 경지에 이르렀을, 즉 퍼즐을 완성해 놓았을 법한 예술가들은 작품의 예술성을 최고조로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정진하는 경우다. 공연 시간도 3시간이 넘었다고 하니 이번 공연을 위해 음악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겠는가.
매년 이맘때면 취업을 앞둔 졸업생들의 신경이 꽤나 예민해진다. 강의실 자리를 비우는 학생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조바심은 더 커진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퍼즐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조급함은 자연스러운 리듬을 건너뛰고 속도를 높여서 시간을 절약해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할 수도 있다.
당장 지름길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용기, 그리고 자신만의 가치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서 제대로 퍼즐을 맞춰 나가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치수
청주대학교 교수
前 교보생명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