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용적 금융 포용보험·은행대리업 도입, 금융 사각지대 해소할까

포용적 금융 포용보험·은행대리업 도입, 금융 사각지대 해소할까
금융의 디지털 전환과 고령화가 맞물리며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약화되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 제도 수단으로 '포용적 보험 활성화'와 '은행대리업 도입'이 제시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21일 공개한 '은행·보험 부문의 포용적 금융서비스 접근성 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포용적 금융을 취약계층이 실제로 제도권 금융서비스에 접근해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책과제로서 논의했다.
■ '포용적 보험' 경험통계·표준모델·세제 인센티브로 보험사 참여 부담 낮춰야
보험업권에서는 포용적 보험 활성화 방안이 다뤄졌다. 포용적 보험이란 저소득층, 고령층, 영세 소상공인 등 보험 접근성이 낮은 계층이 필요한 보장에 실제로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보험을 의미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상생보험, 무상가입 지원, 보험료 할인 및 납입유예, 사회공헌사업 등 다양한 포용적 보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권은 지난 3월 '보험업권 포용금융 추진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약 2조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추진하기로 했으며, 특히 보험업권이 조성한 300억원 규모 상생기금은 지방자치단체 재원과 결합해 지역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무상가입 및 보험료 부담 경감에 활용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현행 방식은 공공 주도 또는 보험업권 공동기금 방식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민간 보험사의 자발적 참여 기반도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포용적 보험을 공공 지원이나 업권 공동기금에만 맡길 경우 사업의 범위와 지속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판매채널과 디지털 접근성도 과제로 제시됐다. 포용적 보험상품은 보험료가 낮은 만큼 모집수수료도 제한돼 설계사 등 전통적 대면 판매채널이 적극적으로 취급할 유인이 크지 않다. 이 경우 소비자가 직접 정보를 탐색해 가입해야 하는 구조가 형성되는데, 디지털 중심 판매가 확대될 경우 정작 지원 대상인 고령층·저소득층이 가입 과정에서 배제돼 이중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논의에서는 보험시장 내 보장 격차와 포용 격차가 주요 정책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일본의 소액단기보험업 제도는 기존 보험사가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는 생활밀착형 위험을 보장하는 장치로 활용되며, 특히 고령자 등 주거취약계층의 원활한 주거 입주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는 점에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도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프랑스는 대형 보험사가 주도해 소득이 낮거나 변동성이 큰 영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포용적 보험을 확대하고 있다. 악사(AXA)는 소규모 자영업자, 플랫폼 노동자, 청년, 은퇴자 등을 주요 고객군으로 설정하고 포용적 보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포용적 보험이 단순한 빈곤층 지원을 넘어 불안정 소득 계층의 생활위험과 사업위험을 함께 흡수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의 플러드 리(Flood Re)는 공공의 제도적 기반과 보험업계 공동재원을 결합한 민관 협력형 재보험 구조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보험업계가 공동 재원을 부담해 고위험 가구의 홍수보험 접근성과 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이며, 기후위험 증가로 지역별 보험 접근성 격차가 커질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공공·민간 협력형 위험분담 장치 도입을 검토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민간 보험사의 포용적 보험 참여를 확대하려면 단순한 인센티브 제공을 넘어 보험사가 실제로 부담하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따른다. 보고서는 국내 포용적 보험시장이 높은 손해율과 역선택 가능성, 데이터 부족이라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층, 장애인, 플랫폼 노동자, 이주민 등 새로운 보장 소외계층에 대한 경험통계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으면 보험사가 적정 보험료와 보장 범위를 설계하기 어렵고, 상품 개발의 소극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보험사에 취약계층 관련 경험통계자료와 표준화된 참고모델을 제공해 상품 설계와 가격 산정의 어려움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포용적 보험상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보호를 전제로 상품 개발·공급 과정의 일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포용적 보험상품 취급 실적을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AS)에 반영하고, 실적이 우수한 보험사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포용적 보험상품의 개발·판매 실적, 취약계층 접근성 개선 노력, 보험료 할인 규모, 청구 편의성 개선 실적 등을 평가항목에 반영하면 보험사가 포용적 보험을 부수적 사업이 아니라 경영평가와 연결된 과제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디지털화는 접근성 개선 수단으로 활용하되, 취약계층 배제를 막는 보완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봤다. 장영진 국회입법조사관은 "보험 가입, 보험료 수납, 보험금 청구 등의 디지털화를 확대하되, 고령층·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맞춤형 모바일 앱(App)과 플랫폼, 밀착형 서비스 제공 및 대면 방문 지원 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은행대리업' 도입 전 업무범위·책임소재·감독체계 정비 선행돼야
은행권에서는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이 논의됐다. 은행대리업은 제3자인 대리업자가 은행을 위해 예금·적금 수입, 대출, 환거래 계약체결 등 은행 고유업무 관련 계약체결을 대리하는 제도다. 은행 점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령층·농어촌 주민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대면 금융 접근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 정책적 의의로 제시됐다.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2년 7835개에서 2025년 5523개로 줄었다. 점포 축소와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고령층·농어촌 등 금융소외계층의 대면 접근성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은행대리업자가 은행 점포가 진출하기 어려운 지역에서 은행 업무를 수행하면 기본 금융서비스에 대한 물리적·질적 이용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박효민 국회입법조사관은 "은행대리업 제도가 은행의 기본 금융서비스에 대한 대면 접근성을 높이고, 제도권 금융서비스 이용 장벽을 제거해 포용적 금융서비스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은 수년 전부터 검토돼 왔지만,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다. 정부는 혁신금융사업자 지정을 통한 시범사업 운영 계획을 제시했고, 국회에는 은행대리업 도입을 위한 2건의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제도 도입 시 기대효과로는 포용적 금융 생태계 조성, 혁신금융 활성화, 소비자 편의성 및 후생 증진, 은행의 비용절감과 판매채널·고객기반 확대 등이 꼽혔다. 반면 시장질서 훼손, 지점폐쇄 가속화, 소비자 피해와 책임소재 모호성, 은행의 리스크 증가 및 영업구조 변화 부담도 우려 요인으로 제시됐다.
현행법상 은행의 고유업무 중 본질적 요소에 대한 제3자 대리는 허용되지 않으며, 은행대리업에 대한 구체적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해외에서는 은행업무의 외부 수행을 일정 범위에서 허용하면서도 소비자 피해와 금융안정 리스크를 막기 위해 책임소재와 감독체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은 은행대리업을 별도 신설해 규제한다는 점에서 국내 논의와 가장 유사하다. 일본은 은행법에 근거를 두고 은행대리업을 명시적 인허가제로 운영하며, 예금·대출·외환 등 은행 고유업무 전반에 대한 대리·중개를 허용한다.
미국은 별도 은행대리업 제도를 두기보다 계약기반 위탁 방식을 활용한다. 은행이 제3자에게 업무를 맡기되, 계획·실사·계약·모니터링·종료 등 위탁 전 과정의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는 구조다. 이는 대리업자를 통한 서비스 확대를 허용하더라도 은행의 관리 책임과 내부통제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영국은 직접 승인 방식과 지정대리인 제도를 병행한다. 특히 영국 우체국은 지정대리인 제도를 활용해 은행과 금융서비스 파트너십을 맺고 예금, 대출, 외환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독일은 별도 은행대리업 제도 대신 일반 업무위탁 제도와 계약구속중개인 제도를 활용한다. 은행이 본질적 업무까지 제3자에게 위탁할 수 있도록 하되 서면계약, 은행의 지시권·계약해지권, 위탁 현황 관리, 감독당국의 정보요청·현장검사권 등을 통해 통제한다. 업무를 위탁하더라도 법령준수와 최종책임은 은행에 남도록 설계했다.
보고서는 은행대리업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 법적 쟁점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국회에 발의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 심사 과정에서 업무 범위, 진입규제, 책임소재, 소비자보호 체계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조사관은 "은행대리업은 은행 점포 축소에 따른 대면 금융 공백을 보완할 수 있지만, 제도 도입만으로 포용금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회와 정부가 정책목표를 명확히 반영한 법적 기준과 감독원칙을 마련해야 은행대리업이 금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실질적 안전망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