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방암 환자들이 재발 공포와 치료비 부담 사이에서 또다시 좌절을 겪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조기 치료 접근성을 가로막는 건강보험 급여 체계의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환자 단체와 의료계,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재발 방지 치료제가 급여 문턱에서 번번이 막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최승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진단 직후부터 환자들은 가족의 미래를 먼저 떠올린다”며 “수술과 항암, 방사선을 견뎌낸 뒤에도 ‘재발할까 봐’라는 두려움이 평생 따라다닌다”고 털어놨다. 특히 유방암은 치료 후에도 20년 가까이 재발 위험이 지속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의 적극적인 재발 억제 치료가 생존율과 직결된다는 점이 강조됐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박경화 교수는 “조기 유방암에서 사용하는 억제제 치료제는 이미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사실상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가이드라인이 강력히 권고하는 약제가 국내에서는 급여 결정에서 세 차례나 탈락했다”며 “초기에 재발 위험을 낮추면 추후 전이·재발에 따른 의료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주영 의원은 급여 결정 체계의 경직성을 정면으로 질타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이미 급여가 적용되고 국제 가이드라인에서 1순위로 권고하는 치료제가 국내에서는 수년째 묶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환자들이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가족 생활비와 저울질해야 하는 현실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회 차원에서 치료 공백과 급여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실질적인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는 단순히 특정 질환의 치료제 급여 여부를 넘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과 의료 형평성이라는 근본적인 과제를 던져준다. 보험업계 입장에서도 재발 방지 치료제의 급여 적용 지연은 암보험 상품의 보장 설계와 보험료 산정, 장기 리스크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향후 정부와 국회가 어떤 식으로 급여 결정 체계를 개선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얼마나 개선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