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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논단] '65세 정년 연장'보다 급한 것

 한보논단  '65세 정년 연장'보다 급한 것

한보논단 '65세 정년 연장'보다 급한 것

이재명 정권 들어 양대 노총과 정부, 여당 주도로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평균수명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노인빈곤율이 주요 OECD 국가 중 수년째 부동의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가운데 퇴직 후 국민연금 수급까지 소득이 끊기는 '소득절벽'을 고려하면 정년을 올려 돈 버는 기간을 늘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경제 상황, 취업시장, 임금구조, 고용문화 등의 개선없이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65세 정년 연장은 정부의 국정과제로, 당초 방침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에 맞춰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될 공산이 짙다. 그렇다면 법정 정년을 높이면 누가 가장 많은 혜택을 보게 될까. 아마 공무원과 공기업,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일 것이다. 이들은 십중팔구 한국 사회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사람들로 퇴직 전 노후 준비를 마치고 국가의 지원 없이도 여유있는 은퇴 생활을 보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64세 생산연령 10월 취업자 수는 2904만명으로 1년 전보다 19만3000명(0.7%) 증가했으며 고용률도 63.4%로 0.1%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실업률은 2.2%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해 올들어 취업시장이 조금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15세 이상 연령계층별 경제활동참가율도 전체적으로는 64.8%로 지난해 10월(64.7%)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으며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40.6%에서 41.7%로 1.1%포인트나 올랐다.

그러나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올해 10월 44.6%로 지난해 10월에 비해 1.0%포인트 떨어졌으며 실업률은 5.3%로 0.2%포인트 하락했으나 여전히 전체 생산연령의 2배를 훨씬 웃돌았다. 특히 25~29세의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이 76.5%에서 75.5%로 1.0%포인트 줄어든 가운데 실업률은 8월 4.8%, 9월 4.9%, 10월 5.4%로 높아져 청년 취업시장은 하반기들어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5년 상반기 기업 규모 및 업종별 임금 인상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체(대기업)의 월평균 임금은 619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올랐고, 300인 미만 사업체(중소기업)는 373만9000원으로 인상폭이 물가상승률을 밑도는 2.7%에 그쳤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지난해 상반기 222만6000원에서 올해 상반기 246만원으로 더욱 확대됐다. 또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8월 경제활동 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3개월(6~8월)간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389만6000원, 비정규직 208만8000원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격차가 181만원에 달했다.

한국사회는 어느 조직이든 연공서열 인사시스템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체제에서는 근무 연차가 높을수록 임금이 올라 조직으로선 다른 부문의 지출을 축소해야 지속성 담보가 가능하다. 따라서 정년을 올리면 그만큼 기존의 일자리를 줄여야 하고 충원이 꼭 필요한 경우 가능한 한 지출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청년 세대가 선호하는 공기업, 대기업, 금융기관의 충원 방식이 공채에서 경력직, 계약직, 비정규직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년 연장의 기본 목적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 청년 근로자는 비정규직이거나 정년과 무관하게 이직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공무원과 공기업,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에 혜택이 집중되는 정년 연장에 앞서 청년 세대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해도, 공공 부문과 대기업에 다니지 않고서도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고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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