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보험 재정 ‘악화’… 비급여·실손 개혁 시급

건강보험 재정 ‘악화’… 비급여·실손 개혁 시급
건강보험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 비급여 의료서비스 확대와 병행진료 관행, 실손보험의 과도한 보장이 맞물려 재정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인구센터 연구위원은 지난 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보고서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위한 비급여 및 실손보험 통제 방안’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비급여 진료비는 20조2000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15.2%를 차지했으며, 10년 새 2.5배 증가했다.
특히 미용성형, 도수치료, 수액치료 등 의학적 필요성이 낮은 비급여 항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급여와 비급여를 혼합하는 병행진료를 통해 수익을 확대하고 있으며, 백내장 수술과 체외충격파치료 등에서는 병행진료 비율이 90%를 넘어 환자의 불필요한 비급여 이용을 부추기고 있다.
건강보험 보완을 위해 도입된 실손보험은 오히려 의료 남용과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며 재정 부담을 키우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4000만명이며, 3·4세대 상품의 손해율은 각각 128.5%, 111.9%에 달하는 등 적자 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급보험금의 60%가 비급여 의료비로 나가고 있으며, 비급여 과잉이 실손보험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허 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저부담·저급여·저수가’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낮은 수가로 인해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로 수익을 보전하면서 병행진료가 일반화됐고,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 제도의 남용 방지 기능을 약화시켜 의료 이용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5.7회로, OECD 평균(5.9회)의 세 배에 달한다.
정부가 비급여를 급여화하더라도 의료기관이 새로운 비급여 항목을 개발하거나 진료량을 늘리는 ‘비급여 풍선효과’가 반복돼 정책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허 연구위원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비급여 통제, 병행진료 개선, 실손보험 개편을 3대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비급여 항목을 의학적 필수, 삶의 질 개선, 필요성 낮은 항목으로 재분류해 필수 항목은 급여화하고, 비중증 과잉 비급여부터 병행진료를 단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자기부담률이 낮은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계약 전환을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실손보험을 선택적·보충형 보장으로 전환해 건강보험과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정액형 보상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허 연구위원은 “비급여 통제와 실손보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건강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국민이 안정적이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