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치료'에서 '예방'으로 사업 패러다임 전환

보험업계의 오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고객이 질병에 걸린 이후 보상하는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아예 아프지 않도록 관리하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보장 중심이던 보험의 기능이 건강 증진과 예방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업계 전반에 구조 개편 압박이 커지고 있다.
최근 보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웰니스(Wellness)'다. 이는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를 넘어 신체·정신·사회적 건강을 능동적으로 추구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과거 보험사의 건강관리 서비스가 질병 위험 예측이나 상담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는 운동·식단·수면 관리부터 정서적 케어까지 아우르는 독자 플랫폼 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보험의 미래는 병원 밖에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이러한 변화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건강수명에 대한 관심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질병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해지면서 보험사들은 일상 속 건강 데이터를 직접 확보·관리하는 방향으로 사업 모델을 재편하고 있다. 웰니스 사업은 신규 서비스 확장을 넘어 장기적 손해율 관리와도 직결된다. 고객 건강이 개선되면 질병 발생 가능성이 낮아져 보험금 지급 부담도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웨어러블 기기와 연계한 서비스도 같은 맥락에서 확대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디스커버리(Discovery)의 '바이탈리티(Vitality)' 모델은 운동량과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보험료 할인과 혜택을 제공해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미국 존핸콕(John Hancock)과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itedHealth Group)도 웨어러블과 인공지능(AI) 기반 건강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며 헬스케어 결합 플랫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핑안보험(Ping An Insurance)은 온라인 진료와 건강상담 서비스를 운영하며 보험·의료 플랫폼 융합을 추진 중이다.
반면 국내 보험사들은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앱 운영과 리워드 제공에 지속적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를 직접적 수익으로 연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활용 규제와 의료법상 제한도 걸림돌이다. 일각에서는 현행 서비스가 실질적 건강관리보다 고객 유치용 마케팅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럼에도 만성질환 증가와 AI 기술 발전이 맞물리며 웰니스 시장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보험사는 고객 건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