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소암 치료의 '시간과의 싸움'…고가 신약, 급여 문턱 넘지 못해

고가 표적항암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지연되면서 난소암 환자들이 치료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일상을 흔드는 여성암을 파헤치다' 토론회에서는 난소암 치료 환경의 현실과 건강보험 체계의 한계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성균관대 의과대학 이유영 교수는 발제를 통해 진행성 난소암 치료 패러다임이 유지요법 중심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난소암 환자 10명 중 7명이 3~4기에서 처음 진단을 받는 만큼, 초기 치료 이후 재발 시점을 얼마나 늦추느냐가 생존율의 관건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난소암은 초기 항암 반응이 우수해 수술과 항암치료 후 CT 검사에서 병변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호전된다"면서도 "대부분 재발하기 때문에 표적치료의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표적치료 방향은 HRD(상동재조합결핍)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문제는 글로벌 임상에서 재발과 사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 것으로 확인된 PARP 억제제와 베바시주맙 병용 유지요법이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급여 상태라는 점이다. 이 교수는 "표준 치료임에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잃는 것은 큰 손실"이라며 "전체 난소암 환자의 절반가량이 HRD 양성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군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항암제 내성이 발생한 백금저항성 난소암 환자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기존 항암제 반응률이 급감하고 환자 상태가 악화되는 시점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받는 치료제 '엘라히어'는 난소암 치료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임상에서 종양 축소 효과와 전체 생존기간 개선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사이클당 21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약가로 인해 비급여 상태에서는 환자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 교수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비용효과성 평가의 유연한 적용을 통해 이 같은 약제들이 건강보험 급여권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회에서는 현행 건강보험 급여 및 약가 체계의 구조적 문제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주영(개혁신당) 의원은 "치료 접근성이 늦어지는 첫 번째 원인은 비용 문제이고, 두 번째는 행정부의 경직된 태도"라며 "선택과 책임의 주체에게 결정권을 열어줘야 하는데, 당국이 '전지적 정부시점'을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현행 약가 정책과 급여 등재 프로세스가 지속되면 공정성은 유지될지 모르나, 한국 국민들만 공평하게 치료받지 못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공지능(AI)과 유전자 치료 기술의 발전 속도가 기존 심사·평가 체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환자들은 이미 해외에서 어떤 치료제가 사용되는지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국내 허가·등재·약가 협상 과정이 장기화되면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환자들의 치료 요구는 더욱 빠르고 커질 것"이라며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규제 기관에서 안전성과 효과를 입증받은 치료제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도 신속 등재할 수 있는 별도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