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의 장기 자금이 인공지능(AI) 기반 시설과 에너지 전환 분야로 흘러들어갈 길이 열렸다. 금융당국이 최근 보험사의 자본 규제를 완화하면서 정책 펀드와 인프라 투자에 따른 자본 부담을 낮춘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권에서만 최대 24조2000억원의 추가 투자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 완화의 핵심은 위험계수 조정에 있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 프로그램에 투자할 때 비상장주식에 적용되는 위험계수를 기존 49%에서 20% 이하로 낮췄다. 여기에 재정 후순위와 장기보유 특례가 중복 적용되면 특정 첨단산업 비상장기업 장기투자의 위험계수는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 같은 자본으로 더 많은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투자 대상도 확대됐다. 기존 도로·항만 위주였던 인프라 특례 영역이 신재생에너지와 AI 기반 시설 등 비전통적 분야로 넓혀졌다. 업계에서는 전력망, 데이터센터, 수소 인프라 같은 장기 자금 수요가 큰 영역에서 보험사 자금 활용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리스크 관리 중요성도 함께 커질 전망이다. 보험사 자금은 보험계약자의 자산이기 때문에 부실 프로젝트에 유입될 경우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 방향성 자체는 타당하지만 실제 투자 집행은 각 금융회사의 리스크 판단에 달려 있다"며 "손실 가능성과 자본 효율성이 정책적 명분보다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규제 완화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재정 후순위 출자와 장기 구매계약, 인허가 안정성 등 위험분담 구조가 함께 마련돼야 보험사 자금이 실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사로서는 안정적인 장기 수익 자산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어서, 이번 조치가 단순한 회계 기준 변화를 넘어 산업 구조 전환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