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보험, 풍수해·농업 중심서 ‘전 국민 안전망’으로 확장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기상 이변에 따른 피해가 일상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부터 경제적 손실을 보전하고 피해 복구를 지원할 제도적 안전망의 필요성도 함께 커졌다.
이 가운데 핵심 수단으로 꼽히는 기후보험은 그동안 농작물재해보험, 양식수산물재해보험, 풍수해보험 등 농업·어업·소상공인 중심의 정책보험 형태로 운영돼왔다.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국가재보험으로 대규모 손실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틀이 달라지고 있다. 지방정부가 주민 전원을 자동 가입시키는 방식을 도입했고, 정치권도 이를 전국 단위 공약으로 이어받았다. 기후보험의 보장 대상이 특정 직군을 넘어 일반 시민 전체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 낮은 가입률·협소한 보장 범위 ‘한계’
기존 기후보험 체계의 한계는 보장 대상을 전 국민으로 넓혀야 한다는 흐름의 배경이 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6일 발간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보험의 역할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소상공인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6.5%에 그쳤다. 정부가 보험료의 55% 이상을 지원해도 가입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자연재난 재산피해는 9107억원으로 10년 평균의 두 배에 달했지만, 현행 보험 체계가 이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장 품목도 실제 피해 양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24년 폭설로 시설 화훼작물 피해가 컸지만, 분화류 작물은 보험 가입 자체가 불가능해 상당수 농가가 보상을 받지 못했다.
가입 기반이 좁다 보니 위험 분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풍수해보험의 지난해 상반기 손해율은 236%까지 상승했다. 대규모 재해 시 손해율이 급등하고 정부 재정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적 문제가 지속되면서, 중앙정부 주도의 선별적 지원을 넘어선 새로운 대안이 요구됐다.
더욱이 폭염과 한파 등 일상화된 기후 재난이 일반 시민, 특히 취약계층의 건강을 직접 위협하면서 정책의 초점이 ‘특정 산업의 재산 보호’에서 ‘전 국민 보호’로 이동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 경기도 기후보험 모델, 전국 도입 공약으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한 변화는 지방정부에서 먼저 시작됐다. 경기도는 지난해 3월 전국 최초로 기후보험 운영을 시작했다. 기후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기후격차를 낮춘다는 취지다. 도민 전원이 별도 신청 없이 자동 가입되고, 보험료는 도에서 전액 지원하는 형태다.
폭염·한파로 인한 온열·한랭질환 진단비와 기상특보 관련 상해 위로금을 정액 지급하며, 기후취약계층에게는 입원비·교통비 등 추가 보장도 제공한다. 시행 8개월 만에 4만2000여 건, 9억2000만원이 지급됐고 수혜자의 98%가 고령자·저소득층이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22일 기후보험 전국 확대를 6·3 지방선거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상기후가 일정 기준을 넘으면 손해 산정 없이 정액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경기도 모델을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구상이다.
■ 지수형 보험 도입 등 ‘구조 개선’ 필요
다만 보장 확대 흐름과 함께 기존 체계의 구조적 공백을 정비하는 작업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보험은 보장 품목이 실제 피해 양상을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위험 예측 모형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지수형 보험(Parametric Insurance) 도입, 민관 협력 기반의 위험관리 체계 구축, 기상청·국립기상과학원 등 전문기관과 연계한 기후 예측 역량 고도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강수량·기온 등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지수형 방식은 손해조사 비용을 낮추고 보험료 부담을 줄여 가입 기반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장영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기후보험이 지속가능한 사회 안전망으로 기능하려면 보장 대상 확대와 함께 위험 예측 역량 강화, 민관 협력 체계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며 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