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I보험경영연구소 보험이슈 톡톡] ‘포용금융’ 사각지대, 발달장애인의 포용금융을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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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의 핵심 화두는 단연 ‘포용금융(Inclusive Finance)’이다. 저소득·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소외를 해소하자는 흐름 속에서, 지난 1월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보험업권 포용금융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보험 영역에서도 포용금융의 구체적인 논의가 닻을 올린 셈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작 가장 짙은 그늘에 놓인 ‘장애인 금융소비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닿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보험업계에서 장애인 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1999년, 한 청각장애인 교사의 보험가입 거절 사례가 사회적 이슈로 보도되면서부터다. 이후 금융당국과 업계는 공동 인수, 심사기준 내 차별 금지, 장애인 전용보험 출시, 장애인보험 전환특약 도입, 실무지침 마련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2018년,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장애 고지의무’를 명시적으로 폐지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선도적 조치로, 장애인의 보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마중물로 기대됐다. 그러나 제도의 진보가 곧바로 현실의 온기로 이어지진 않았다.

최근 발간된 보험연구원 ‘발달장애인 가구의 보험수요조사(2026.3.9.)’에 따르면, 서울시 거주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가구의 보험 가입률은 56%에 그쳤다. 국내 전체 가구의 보험 가입률이 98%(금융위원회, 2025.3.18.

기준)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더욱 뼈아픈 대목은 조사 대상 가구의 약 30%가 ‘인수 거절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예 가입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40%는 가입이나 지급 과정에서 실제로 부정적 경험을 겪었다는 점이다.

혁신적인 조치였던 장애 고지의무 폐지를 아는 비율은 23%, 장애인전용보험 전환특약 이용자는 6%에 불과했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제도 개선의 결실이 이토록 초라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패착은 ‘장애 유형별 특성’을 세밀하게 고려하지 못한 채 일률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데 있다. 기존 정책은 주로 신체적(지체) 장애의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지적·자폐성 장애를 아우르는 발달장애인의 상황과 요구를 담아내지 못했다.

발달장애인은 의사소통과 자기결정 능력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게 맞는 보장 내역을 이해하고, 가입을 결정하며, 사고 시 보험금을 청구하는 일련의 과정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다.

단순히 ‘장애인 특화 상품’ 하나를 진열대에 추가하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반대로 보호자의 조력을 전면 허용하자니, 남용과 경제적 착취라는 또 다른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결국 발달장애인 포용금융의 핵심은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절차적 장벽을 낮추는 서비스’와 ‘착취를 막는 정교한 모니터링 체계’의 결합에 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장애인 금융접근성 제고 방안’은 기존 지체장애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정책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안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구체적인 성과나 후속 과제 추진 논의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제는 선언을 넘어 실행으로 답해야 할 때다.

보험사들은 발달장애인 계약자의 가입부터 유지, 청구에 이르는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전담 소통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성인 계약자로 독립하는 시기나 보호자 사망 등 중대한 ‘생애주기 전환점’에 선제적으로 개입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안전망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장애인 포용금융은 상대적으로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며 고비용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므로, 단기적인 효율성 지표로만 따지면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쉽다. 그 결과 장애인은 포용금융 논의 속에서조차 구조적으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가장 취약한 고리를 배제한 포용은 기만에 불과하다. 진정한 ‘포용금융’은 모두가 비용과 효율을 말할 때 기꺼이 그 사각지대로 손을 뻗는 데서 완성된다.

출처: 한국보험신문 ✓ 협약 승인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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