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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1200% 룰의 역설: 자본 경쟁의 종말과 본질적 성장의 시작

조병수 대표
조병수 대표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가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이른바 ‘1200% 룰’의 전면 시행을 앞두고 업계 곳곳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수료 상한선이 리크루팅 동력을 약화시키고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공포다.

그러나 2008년부터 GA를 경영하고, 2021년부터 이미 ‘1200% 룰’을 자발적으로 준수해 온 필자의 경험으로는 현장의 공포가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1200%룰 공포’라는 표현은 업계 분위기를 꽤 정확하게 짚은 말이다. 이는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초년도 수수료 총액을 ‘연간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로, 쉽게 말하면 “처음에 몰아서 많이 주지 마라”는 의미다.

그동안 GA 비즈니스 모델은 ‘초기 수수료 크게 → 설계사 유치 → 조직 확장’이었다. 그런데 1200% 룰이 도입되면서 ‘초기 현금 유입 급감 → GA 현금흐름 악화’ 때문에, 특히 중소 GA는 타격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꼭 그럴까.

현금 인센티브라는 것은 신기루다. 많은 경영자가 리크루팅의 성패가 ‘선지급 수수료’와 ‘정착 지원금’의 규모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은 정반대다. 2021년 원수사들이 1200% 룰을 적용할 당시, 수많은 GA가 이를 우회해 파격적인 지원금을 내걸며 공격적인 리크루팅에 나섰다.

반면 필자의 회사는 정착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가이드라인을 지켰다. 결과는 놀라웠다. 입사자 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성장은 정체되지 않았으며, 관리자들의 요구로 2년간 한시적으로 선지급 비중을 높여보기도 했으나 투입된 자본 대비 리쿠르팅 성과는 미미했다. 다시 원칙으로 돌아왔을 때도 숫자의 변화는 없었다. 이는 설계사들의 이동 결정이 단순히 ‘당장의 현금’ 때문만은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다.

시장 정화와 고객 가치의 회복이 필요하다. 2026년 7월 모든 GA에 공통된 룰이 적용되면 시장은 오히려 건강해질 것이다. 과거에는 이전 직장의 잔여 수수료를 보전해 준다는 명분으로 설계사 이동이 빈번했지만, 이제 그런 인위적인 보상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자연스럽게 설계사의 정착률 제고로 이어진다.

설계사가 한곳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고아 계약’의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곧 고객 관리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결국 1200% 룰은 설계사와 고객, 그리고 회사가 모두 승리하는 ‘트리플 윈(Triple-Win)’의 토대가 될 것이다.

GA 성장의 본질은 무엇인가. 필자는 ‘보험설계사를 회사의 진정한 고객으로 대우하는 것’에 답이 있다고 확신한다. 당장의 지원금이 없어도 설계사가 정착할 수밖에 없는 제도와 시스템, 즉 무형의 가치가 탄탄하다면 성장은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따라온다. 실제로 필자의 회사는 지원금이나 대여금 제도 없이도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GA 업계의 경쟁 구도는 ‘누가 더 많은 돈을 빌려주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뛰어난 교육 시스템과 비전을 제공하는가’로 이동해야 한다. 설계사들 역시 정착 지원금의 액수를 쫓는 유목민에서 벗어나, 자신이 평생을 몸담을 수 있는 건실한 파트너를 찾는 안목을 갖게 될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현재의 1200% 룰보다 선지급 비중을 더욱 낮추고 분급 제도를 강화할 것을 금융당국에 제안한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선지급은 업계의 잠재적 리스크를 키우는 주범이다. 선지급의 굴레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GA의 비즈니스 모델은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사업 모델로 거듭날 수 있다.

변화는 두렵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1200% 룰은 GA 업계가 ‘자본의 게임’을 끝내고 ‘가치의 경쟁’을 시작하라는 신호탄이다. 준비된 자에게 이 변화는 위기가 아닌, 압도적 성장의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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