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가 서울 강남 중심가에 소재한 빌딩을 약 3500억 원에 인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거래는 연간 수백억 원대 순이익을 내는 저가 소비재 기업이 도심의 주요 상업지구에 핵심 자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과거 오프라인 유통 환경에서는 소수의 인기 상품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파레토의 법칙’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번 사례는 대량의 미세한 수요가 집적될 경우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 플랫폼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구조적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무신사나 ‘오늘의집’처럼 수천 개의 중소 브랜드와 파편화된 콘텐츠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스포티파이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는 소수의 청취자를 가진 인디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수요의 ‘꼬리’ 영역에 존재하던 미세한 취향들이 기술 기반의 정교한 매칭 시스템을 통해 수익성 있는 시장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험업계 역시 유사한 흐름 속에 있다. 과거에는 수명·질병·사망 등 대규모 리스크를 중심으로 상품이 구성됐지만, 최근 들어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한 위험까지 포괄하는 보장형 상품이 다수 출현하고 있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거 무의미하게 여겨졌던 소규모 손해도 예측 가능해지며, 이전에 경제성 없던 보험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이는 보험의 포괄성과 접근성을 본질적으로 확대하는 변화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환을 ‘생산과 유통의 민주화’ 결과로 해석한다. 누구나 콘텐츠나 제품을 만들 수 있고, 인공지능이 적합한 소비자와 연결해줌으로써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의 주도권은 단순한 자본력이 아닌,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소비자 니즈를 정확히 타겟팅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강남 빌딩의 주인이 된 것이 단순한 자본가가 아니라, 평범한 상품 하나하나를 통해 수요를 집약한 기업이라는 점은 새로운 경제 질서의 초석을 보여준다. 보험업계도 이 같은 맥락에서 기술을 기반으로 비주류 리스크까지 포괄하는 시장 구조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