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건의 개요 - 부산지방법원 2025나42465 판결 본 사건은 피고 회사 공장 정문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가 우회전하던 대형 차량에 충격당하며 발생했다. 피해자는 당시 3공장 보수 작업을 수행 중이었으나, 사고 지점은 실제 작업 현장에서 약 2.2km 떨어진 1공장 정문 앞이었다. 사고 후 치료비를 선지급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따라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취득해 본 소송의 원고가 됐다. 이 과정에서 작업 현장 외곽이자 고위험 지점에서의 안전관리 책임 유무가 핵심 쟁점이 됐다. 법원은 피고 회사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30%로 제한했다. 물리적 거리(2.2km)에도 불구하고 시설 관리자의 책임을 인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사고 지점은 피고가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사내 통행로였으며, 피해자의 이동 역시 도급업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 법원은 이를 안전관리 의무가 미치는 ‘사업장’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둘째, ‘실질적 위험 통제의 미흡’이다. 하루 200대 이상의 차량이 오가는 고위험 지점임에도 피고 회사는 단 1명의 보안 요원만을 배치했다. 재판부는 신호등 등 물리적 통제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시설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직접 가해자인 차량의 과실과 피해자의 부주의가 결합된 영역(70%)과는 별개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방치한 피고의 책임을 30%로 확정한 것이다. ■ 판결이유의 핵심: ‘2.2km’라는 숫자의 함정과 업무적 실체의 발견 이번 판결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2.2km’라는 물리적 거리와 ‘중량표 제출’이라는 업무적 실체를 대하는 법원의 입체적인 시각이다 법원은 실제 작업이 이뤄지는 ‘물리적 작업장(3공장)’이라는 지리적 경계를 과감히 허물었다. 피해자가 사고 당시 도급 계약의 최종 이행 절차인 ‘중량표 제출’을 위해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는 단순 이동이 아닌, 업무의 완수를 위한 ‘필수적 부수 작업’이었음을 의미한다. 법원은 이를 통해 물리적 작업장과 행정적 사무 공간 사이의 통로를 ‘기능적 작업장의 연장선’으로 확정하며, 2.2km라는 숫자가 가진 장소적 단절감을 법리적으로 극복했다. 법원은 피고 회사의 지위를 단순히 '일을 시킨 사람(도급인)'에 가두지 않고, 위험한 환경을 조성한 ‘시설 관리 주체’로 소환했다. 대형 차량이 상시 오가는 정문 앞 도로는 그 자체로 피고가 창출하고 지배하는 위험 구역이다. 법원은 피해자가 관계수급인 근로자라는 특수성을 넘어, 피고 회사가 관리하는 사내 통로에 발을 들인 이상 피고 회사의 안전 관리 시스템이 작동했어야 한다고 봤다. 단 1명의 보안 요원만을 배치한 것은 ‘관리 공백’으로 보아 실질적인 위험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해 책임의 무한 확장을 경계했다. 이는 직접 가해자인 대형 차량의 운전 과실과 피해자의 보행 부주의라는 ‘교통사고적 요소’를 70%의 영역으로, 그러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적 방치’에 대해 30%의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은 “위험을 창출한 자, 그 위험이 미치는 모든 동선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현대적 안전 법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판결의 의의와 시사점: ‘실질적 지배·관리권’의 확장 이 판결은 물리적 거리보다, ‘업무 수행과 연결된 동선’이라는 기능적 실체를 기준으로 책임 범위를 설정했다. 즉 작업장이 어디에 있는지가 아니라 업무가 어디까지 이어지는지가 기준이 된 것이다. 이 판결은 도급인의 안전관리 의무를 기존의 물리적 작업장 개념에서 벗어나, 업무 수행과 연결된 전체 동선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개별 작업 현장뿐만 아니라 정문 통행로와 같이 다수의 위험 요소가 혼재된 영역에 대해서도 충분한 인력 배치와 신호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는 경고를 던지고 있다. ‘형식적 장소’를 넘어 ‘기능적 업무 공간’ 전체에 대한 세심한 안전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