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법원이 암 가족력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거절된 사건에서 보험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중국 매체 21세기경제보도는 지난달 16일 보험 가입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폐암 진단을 받은 황씨가 보험사로부터 가족력 미고지를 이유로 지급 거절 통보를 받은 사실을 보도했다. 이에 황씨는 건강보험 계약 분쟁 소송을 제기했고, 베이징 금융법원은 공개 심리를 거쳐 보험사가 보험금 50만 위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보험사가 암 가족력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질문하지 않은 이상 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 권리 보호뿐 아니라 보험법상 ‘계약자의 성실 고지의무’ 적용 범위를 둘러싼 기준을 재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해당 사건은 2022년 8월 황씨가 한 보험사의 중대질병보험에 가입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상품은 암 진단 확정 시 50만 위안을 지급하고 이후 보험료 납입을 면제하는 구조였다. 이후 2025년 1월 황씨는 폐암 확진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가족력 미고지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사는 황씨의 모친은 난소암 병력이 있었고 그녀의 외할머니는 폐암 병력이 있었던 점을 들어, 암에 대한 유전적 위험을 알고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황씨는 계약 당시 보험대리인(보험설계사)에게 가족 병력을 구두로 알렸으며, 보험사가 관련 사항을 명확히 질문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1심과 2심 법원 모두 황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서에 가족력으로서의 암이 유전질병에 해당한다는 점이 명시되지 않았고, 계약 당시 보험대리인에게 병력을 알린 행위가 고지의무 이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보험사의 질문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계약자에게 불리한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번 사건에서는 가족력 암이 유전질환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특히 인터넷 기반 보험계약이 확산되면서 계약 체결, 심사, 보험금 지급 과정이 복잡해지고, 고지의무 범위를 둘러싼 해석 갈등이 증가하는 흐름도 드러났다. 실제로 중국 인보험 분쟁의 약 70%는 고지의무의 범위를 둘러싼 다툼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의 주심을 맡은 하오디 판사는 “중국은 ‘질문 고지 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질문하는 내용은 반드시 그 범위가 합리적이고 명확해야 한다”며 “전문적인 용어가 있으면 충분히 해석을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개략적인 조항이나 모호한 표현으로 내용에 이견이 존재한다면 적용 대상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보험산업이 계속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보험사가 이번 판결을 통해 업무의 전 과정을 더욱 세심하게 살피고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이징=정회남 객원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