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사법부가 보험금 지급 분쟁에서 소비자 편을 드는 판결을 내놓으며 고지의무의 해석 기준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 베이징 금융법원은 폐암 진단을 받은 피보험자 황씨가 암 가족력에 대해 명확한 질문을 받지 않았다며 보험사의 지급 거절을 무효로 판단했다. 법원은 보험사가 구체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계약자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을 불이행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2022년 8월 체결된 중대질병보험 계약을 둘러싼 갈등에 대한 최종 판단이다. 보험사는 황씨의 모친과 외할머니가 각각 난소암과 폐암을 앓은 사실을 근거로 유전적 위험이 존재했다며 보험금 50만 위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법원은 보험계약서에 ‘가족력 암이 유전질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 포함되지 않았고, 질문 자체가 모호했다고 판단하며 계약자에게 불리한 해석을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보험업계의 계약 설계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중국처럼 ‘질문 고지주의’를 채택한 제도 아래에서는 보험사가 질문의 범위와 용어의 명확성을 확보해야 법적 책임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하오디 판사는 “모호한 조항은 계약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돼야 한다”며 보험사가 전문 용어 사용 시 충분한 설명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내 인보험 관련 분쟁 중 약 70%가 고지사항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계약 확대는 절차의 편의성을 높였지만, 질문의 불명확성과 소비자의 이해 부족이 분쟁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보험사에게 계약 과정의 투명성과 법적 정합성 강화를 요구하는 경고 신호로 읽힌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 제고와 보험 시장의 건전성 회복을 위한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의 일방적인 해석보다는 계약 당사자 간의 정보 균형을 중시하는 판례가 확산될 경우, 상품 설계 단계부터 질문의 명확성과 절차의 정밀도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이는 보험 본연의 위험 보장 기능을 회복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