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TDF 25조원 돌파… 수익률·규제·상품 진화 본격화
퇴직연금 시장에서 생애주기펀드(TDF)가 25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핵심 투자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높은 수익률을 기반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투자 쏠림에 대한 규제 강화와 연금소득 기능을 결합한 상품 진화 논의까지 이어지며 시장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TDF 순자산은 약 2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2% 증가했다. TDF는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자산 비중을 자동 조정하는 구조로, 초기에는 주식 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구조는 수익률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TDF 연간 수익률은 약 13.7%로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 6.5%의 약 2배 수준이며, 원리금보장형 중심 디폴트옵션 3.7%와 비교하면 약 4배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TDF는 자동 자산배분을 통해 장기 투자 성과를 높이는 구조”라며 “퇴직연금 내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 구조의 편중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현재 TDF 자산은 평균적으로 약 43% 이상이 미국 시장에 투자되고 있으며 일부 상품은 80%를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투자 비중은 평균 4.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 1일부터 규제를 강화했다. 특정 해외 국가 투자 비중을 80% 이내로 제한하고, 자산 분류 기준도 기존 주식 중심에서 안전자산 기준으로 전환했다.
또한 운용 전략 공시를 강화하고 적격 TDF 여부를 명확히 표시하도록 했다. 금융업 관계자는 “분산투자와 장기 안정성이라는 TDF 본래 취지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단순 투자상품을 넘어 노후소득 기능을 결합한 구조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이브리드 TDF는 은퇴 전 5~10년가량에 걸쳐 적립금 일부를 연금보험 재원으로 분할 전환하고, 나머지 자산은 TDF 방식으로 운용하는 모델로 소개된다.
이 구조는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투자 수익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누적 소비 개선과 하방위험 완화 효과가 확인된 만큼, 노후소득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제도적 한계가 지적된다. 현행 구조에서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해지한 뒤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해지 수수료 부담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업권별 규제로 인해 결합 상품 설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의 본질은 안정적인 노후소득 확보에 있다”며 “수익률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소득 설계 중심으로 제도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TDF 시장은 ▲고수익 투자상품으로서의 성장 ▲투자 편중에 대한 규제 강화 ▲연금소득 결합 구조에 대한 논의 확대라는 세 가지 흐름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TDF는 자산 증식 중심 상품에서 노후 현금흐름 설계 수단으로 역할이 확장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