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벼 파종 시즌을 앞두고, 올해 볍씨의 발아 특성이 예년과 달라 농가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국립종자원은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올해 파종할 볍씨를 조사한 결과, 정부 보급종은 발아율이 85% 이상으로 양호하지만 일부 품종의 보급종과 농업인이 직접 생산한 자가채종 종자에서 발아 속도가 늦어지는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발아 지연 현상은 지난해 벼 등숙기(낟알이 여무는 시기)에 고온과 잦은 강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종자의 충실도가 떨어져 싹트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해진 것이다. 조사 결과 알찬미, 해들, 동진찰, 해담쌀, 새청무, 영호진미, 고시히카리, 수찬미, 추청 등 여러 품종에서 발아 지연이 나타났으며, 일부 종자는 침종(씨앗을 물에 담그는 과정)을 시작한 지 3일이 지나도 싹트는 비율, 즉 최아율이 80%에 도달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등숙기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3도 높았고, 등숙 후기에는 무려 3.3도나 높았다. 또 강우 일수는 평년보다 1.8일 증가했으며, 특히 9월 강우 일수는 평년보다 5일 많아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됐다. 이러한 기상 조건이 종자의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립종자원은 농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네 가지 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파종 전에 볍씨의 싹트는 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가채종 종자를 사용할 경우 침종 2~3일 전에 일부를 물에 담가 싹트는 상태를 확인하거나 가까운 시군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해 발아율을 확인한 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둘째, 발아가 더딘 종자는 최아(싹을 틔우는 과정) 기간을 1~2일 추가로 연장해 충분히 싹을 틔운 뒤 파종해야 한다. 셋째, 자가채종 종자는 소금물 가리기 등을 통해 충실한 종자만 골라내고, 종자소독도 철저히 해야 병해충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넷째, 파종 시기에 저온이 예상된다면 무리한 조기 파종을 피하고 적정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일품벼 등 일부 정부 보급종은 잔량이 남아 있어 추가 신청이 가능하다. 자가채종 종자의 발아율이 낮거나 추가로 종자가 필요한 농업인은 국립종자원 보급종 콜센터(1588-8482)로 문의하면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잔량이 소진되는 품종이 있으므로 서둘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올해 안정적인 육묘(모 기르기)의 핵심은 서두르지 않고 기본을 지키는 것”이라며, “충분히 싹을 틔운 후 파종하는 것만으로도 발아 불량과 입모 불균일(싹이 고르게 나지 않는 현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가에서는 올해 볍씨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번 권고 사항을 준수해 차질 없는 모내기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