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당국이 보험 및 은행업계 전반의 리스크를 종합 점검했다. 2025년 4월 19일 오전, 금융위원회 김진홍 금융산업국장 주재로 서울 중구에서 업권별 전문가들이 모여 ‘리스크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 협회를 비롯해 금융연구원, 보험연구원 관계자들이 참석해 중동 발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에 대해 심층 논의했다.
현재로선 국내 금융기관의 전반적 안정성이 확보된 것으로 평가됐다.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2024년 3분기 기준 13.59%로, 최소 요구기준인 8%를 크게 상회하며 외부 충격에 대한 흡수력이 튼튼한 상태다.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도 168.9%를 기록, 외환 유동성 측면에서도 위험 요소는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보험업계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이 210.8%로 상승했고, 외화 유동성 비율은 320.3%에 달하며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이 중동 지역에 보유한 위험 노출액도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주요 6개 은행의 해당 지역 익스포저는 약 4조3000억원으로, 위험가중자산 대비 0.3%에 불과하다. 생명보험사는 5조1000억원(운용자산의 0.6%), 손해보험사는 2조4000억원(0.7%)을 각각 보유하고 있어 시스템 전반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은 낮게 평가되고 있다. 다만, 유가 급등에 민감한 정유, 항공, 석화업종에 대한 은행권 대출 노출은 지속적인 모니터링 대상이다.
보험사는 금리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 차이를 관리하는 ‘듀레이션갭’ 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금리 급등 시 자산 평가 손실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감안, 자본 기반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현지에 진출한 금융기관은 외교부의 여행경보 발령에 따라 직원들을 재택근무나 대체 거점으로 이전했으며, 가족 동반자에 대해서는 귀국을 권고하는 등 안전 조치를 완료했다.
호르무즈 해협 등 핵심 해상 운항로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국내 선박의 전쟁위험담보 가입 상황도 점검됐다. 현재 중동 항로 운항 중인 33건의 보험 계약 중 32건이 기존 특약을 갱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험사들은 사고 발생 시 보험금 신속 지급은 물론, 보험료 변동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홍 국장은 “고금리와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서민 경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생산적 금융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