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인해 국내 보험업계의 해상보험 위험 노출이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1월 15일 기준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 10곳과 재보험사 2곳이 보유한 선박 및 화물 보험 규모는 총 1조6863억원으로, 전쟁 위험 해역 통과에 따른 보험료 급등과 재보험 분산 한계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이 중 삼성화재가 4272억원으로 가장 높은 인수 비중을 차지했으며,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도 각각 3328억원, 2843억원을 기록하며 상위권을 형성했다.

전쟁 위험에 대응하는 보험료 조정이 현실화되면서 시장 구조의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선박보험의 평균 요율이 0.25% 수준이었으나, 분쟁 지역 운항을 반영한 재계약에서는 1~3%까지 급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위험보험이 별도 특약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 같은 비용 상승은 선주와 화주에게 직접적인 재정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등 고위험 해역을 통과하는 항로에서의 집중 손실 리스크는 재보험 시장의 수용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해상보험 시장의 중심지인 런던 시장은 이미 고위험 해역 범위를 확대하고 항차별 리스크 평가를 강화하는 등 예방적 조치에 나선 상태다. 미국 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중동 항로의 안정화를 위해 공적 보험 및 재보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시장의 복잡한 생태계를 고려할 때 단기적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해상운송 보험은 단순한 계약 체결을 넘어, 운항 안전, 선원 보호, 금융 조달과 직결된 시스템"이라며 시장 개입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러한 리스크 확대는 단순한 보험료 인상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운송비 증가는 곧 국제 유가 변동성과 연동되며, 최종적으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주요 보험사의 해상보험 가입 현황과 보험료 인상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으며, 대규모 보험금 지급 사례 발생 시 회계 처리 유예 등 규제 완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