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보험대리점(GA)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 활용 관행을 둘러싼 논란이 보험 유통 구조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일부 영업조직의 일탈을 넘어 개인정보 관리 체계와 판매 채널 구조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부터 GA 업계가 외부에서 구매한 고객 DB에 의존해 온 영업 관행을 점검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와 감독 강화가 동시에 커지면서 일부 GA에서는 거래하는 DB업체 수를 줄이거나 본사 승인 절차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외부 DB업체를 한 곳으로 제한하는 방안까지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GA협회도 지난 2월 고객 DB를 활용한 보험영업과 관련한 유의사항을 배포하며 개인정보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GA의 시장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과도 맞물린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월 보험개혁회의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보험 판매 채널 비중은 GA 35.7%, 방카슈랑스 15.3%, 기타 채널 49.0%였으며, GA 소속 설계사는 2021년 24만4000명에서 2024년 28만5000명으로 늘었다.
GA가 보험 판매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으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개인정보 관리 문제가 곧 보험산업 전체의 소비자 보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GA 시장 커지자 DB 관리 논란 확산
법적 책임도 명확하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는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이 정보주체의 동의나 법률상 근거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규정하며, 동의를 받을 때는 제공받는 자와 이용 목적, 제공 항목 등을 명확히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또 제20조는 정보주체 외로부터 수집한 개인정보를 처리할 경우 수집 출처와 처리 목적을 고지하고 동의 철회나 처리정지 요구 권리를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 제29조는 내부관리계획 수립과 접속기록 보관 등 안전조치를 의무화한다. 외부 DB를 구매해 영업에 활용하는 구조라면 최초 동의의 적법성부터 보관 방식, 최종 파기 절차까지 모두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
신용정보법도 엄격한 관리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20조의2는 금융거래 등 상거래 관계가 종료된 이후 개인신용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원칙적으로 최장 5년 이내 삭제하도록 규정하며, 같은 법 제20조는 개인신용정보를 수집·이용·제공·폐기한 경우 날짜와 항목, 사유와 근거 등을 3년간 기록으로 남기도록 하고 있다.
■ 해킹 사고 계기로 보안 취약성 드러나
GA 업계의 불안을 키운 사건은 2025년 발생한 해킹 사고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영업지원 IT업체 개발자 PC가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GA 14개사의 웹서버 접근 URL과 관리자 계정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 과정에서 하나금융파인드와 유퍼스트에서 총 1107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으며, 이 가운데 128명의 정보에는 보험계약 종류와 보험회사, 증권번호, 보험료 등 보험 가입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DB업체뿐 아니라 IT 협력업체와 전산 운영 방식 자체가 새로운 취약점으로 드러난 셈이다.
■ 감독 강화 속 업계 ‘본사 통합관리’ 전환 움직임
감독당국도 GA를 단순 판매 채널이 아닌 관리 대상 조직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월 GA 운영위험 평가제도를 도입해 계약 유지율과 불완전판매 비율, 수수료 정책 등을 기준으로 GA를 1등급부터 5등급까지 평가하기로 했다. 또 GA 본점이 지점의 수수료와 영업행위를 관리하도록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고, 규모에 따라 최소한의 준법감시 인력을 두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보안 역량 격차도 문제로 지적된다. 올해 1월 기준 설계사 500명 이상 대형 GA 72곳 가운데 금융보안원 회원사로 가입한 곳은 14곳으로 약 19%에 그쳤다. 2024년 내부통제 실태 평가에서도 대형 GA 75곳 가운데 22곳이 취약 또는 위험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업계 대응도 외부 DB 의존도를 줄이고 본사 중심의 통합 관리 체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GA협회는 외부 DB 구매 시 적법성 확인과 책임 소재 명확화, 본사 개인정보처리시스템 등록, 목적 달성 후 파기 등을 권고했다. 지점이나 설계사가 개별적으로 DB를 구매해 사용하는 관행을 본사 관리 체계로 묶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신뢰 산업인 만큼 고객 DB 관리가 부실하면 결국 소비자 분쟁과 영업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