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달장애인 가구의 민영보험 접근성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4년도 등록장애인 현황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등록자 수는 약 26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하며, 이 중 발달장애인은 10.7%에 달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내 발달장애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민영보험 가입률은 56%에 그쳤고, 이는 일반 가구(80%대)나 부모 가입률(72.5%)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조사 대상의 40%는 보험 가입 또는 청구 과정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겪었으며, 가장 주요한 이유는 장애를 근거로 한 인수 거절(18.9%)이었다. 병력 고지 거부(10.9%)와 해피콜 확인 불가(2.9%)도 빈번한 장벽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제도적 개선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장애 극복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장애 사전 고지의무’가 2018년 폐지됐음에도 조사 대상의 77%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정보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는 반복적으로 무분별한 보험 가입 거절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2019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뇌성마비 장애인에 대한 가입 거절이 의학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이뤄졌음을 지적하며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고, 2022년 인권위도 종신보험 거절 사례에 대해 ‘검증된 데이터 부재’를 이유로 시정 권고를 내렸다. 이러한 판례와 권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여전히 차별적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간한 최신 보고서는 발달장애인 가구의 90% 이상이 보험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수요는 명확히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은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업계가 발달장애인을 리스크가 아닌 시장의 일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위험 특성을 기반으로 한 상품 세분화와 공적 보험과의 역할 분담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민안전보험이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협력 모델 제안도 포함됐다.
이러한 상황은 보험업계의 사회적 책임을 재고할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제도적 틀이 마련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실질적 접근 장벽이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단순한 규제 준수가 아닌 포괄적 보험 접근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향후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강화되면서 보험 시장의 포용성 확장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