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의 교통사고 과실비율 구조보기] 비보호 좌회전 사고, 판사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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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개요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나1878 판결 본 사건은 2021년 2월 16일 오후 11시 20분경, 경북 영천시 화룡동 오미삼거리 교차로에서 발생한 충돌 사고다. 원고 차량은 신호에 따라 직진 중이었고, 반대 방향에서 주행하던 피고 차량은 녹색 신호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하고 있었다.

비보호 좌회전 중이던 피고 차량의 좌측 앞 범퍼 부분과 직진하던 원고 차량의 좌측 앞 범퍼 부분이 접촉하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원고 차량 보험사는 자차 수리비로 지급한 비용 중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피고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과실비율을 원고 20%, 피고 80%로 결정했다. 법원이 피고 차량에게 80%의 주된 책임을 물은 이유는 비보호 좌회전 차량은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 방향의 교통 상황에 주의하며 일시 정지나 서행을 하지 않은 채 앞선 차량을 따라 좌회전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 운전자의 주의의무 위반을 사고 발생의 결정적인 원인으로 판단했다. 반면 원고 차량에도 과실을 인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고 직전 선행 차량이 이미 비보호 좌회전을 완료해 추가 좌회전 차량의 존재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 둘째, 이러한 위험 예견 가능성에도 원고 차량이 전방 주시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비교적 빠른 속도로 교차로에 진입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원고 측의 방어 운전 소홀 역시 사고 발생과 손해 확대의 한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 본 판결에는 신호등의 규범적 신뢰와 인과관계의 실질적 적용 측면에서 몇 가지 의문점이 존재한다.

첫째, 재판부는 “선행 차량이 먼저 좌회전을 하였으므로 후행 차량이 있을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는 점을 원고의 과실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 선행 차량이 비보호 좌회전에 성공한 것은 당시 직진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행을 마친 ‘완결된 독립적 사건’이다.

이를 근거로 후행 차량의 연쇄적인 법규 위반(방해 행위)까지 예견하라는 것은, 녹색 신호를 받은 운전자에게 상대방의 위법 행위를 상시 감시하라는 무리한 예측의 짐을 지우는 것이다. 신호등이 없는 곳이라면 모를까, 명확한 신호 체계가 작동하는 곳에서는 선행 차량의 이례적 움직임 이후 다시 정상 상태로 복구될 것이라 믿는 것이 ‘신뢰의 원칙’에 부합한다.

둘째, 비보호 좌회전 규정의 형해화(形骸化) 우려다. 도로교통법상 비보호 좌회전은 ‘직진 차량의 주행에 방해가 되지 않을 때’만 가능하다.

법원의 논리처럼 선행 차량 때문에 후행 차량을 조심해야 한다면, 직진 운전자는 녹색 신호임에도 좌회전 대기 차량이 있는 한 계속 서행하거나 멈춰서 확인해야 하는 모순에 빠진다. 이는 결과적으로 비보호 좌회전 차량에 사실상의 우선권을 부여하여, 교통법규의 상위 우선순위 체계를 뒤흔들 위험이 있다.

셋째, 법원은 선행 차량의 주행을 통해 해당 교차로가 ‘좌회전이 일어나는 위험한 상태’로 전환되었다는 전제를 암묵적으로 깔고 있다. 그러나 선행 차량의 좌회전은 법적으로 종료된 독립적 행위며, 물리적 상황을 변화시켰을 뿐 피고 차량의 후행 좌회전 행위의 법적 원인이 아니다.

피고 차량의 좌회전은 독자적 판단에 의한 행위이고, 그 과실은 별도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법원은 위험의 인지 가능성과 법적 인과관계를 다소 혼합한 측면이 있다.

도로 질서는 신호라는 명확한 구조 위에 형성되지만, 법원은 여기에 ‘상황 인식’이라는 층위를 덧붙였다. 이 판결은 신호 체계의 형식적 우선성보다, 사고 회피 가능성이라는 실질적 정의를 우선시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둘째, 선행 차량의 이례적 움직임은 법원이 예견 가능성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 직진 차량 운전자는 사고 직전 교통 흐름의 연속성, 선행 차량의 움직임, 직진 차량의 속도와 제동 가능 거리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단순히 “녹색 신호 직진”이라는 외형만으로 과실 0%를 단정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출처: 한국보험신문 ✓ 협약 승인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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