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콜릿 대신 ‘커플 통장’, MZ 커플의 똑똑한 밸런타인
2026년 밸런타인데이가 오는 14일, 이어지는 설 연휴를 앞두고 연인들의 지갑 사정에 비상이 걸렸다. 외식 물가 상승으로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이라는 신조어가 일상이 된 2026년, MZ세대 커플들은 화려한 선물 대신 실속 있는 ‘금융 파트너십’을 선택하고 있다.
단순히 데이트 비용을 반반 부담하는 것을 넘어 소비 내역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실속형 데이트’가 새로운 연애 풍속도로 자리 잡으며, 커플들은 똑똑한 밸런타인데이를 준비하고 있다.
■ 진화하는 데이트 통장, “결제는 투명하게”
과거에는 한 명의 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체크카드를 돌려쓰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커플 모두가 실시간으로 입출금 내역과 잔액을 확인할 수 있는 ‘모임통장’이 대세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실제로 모임통장 열풍의 중심에는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2030 커플들이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이용자 수는 120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 중 20대 이하(15.2%)와 30대(28.0%) 비중이 40%를 훌쩍 넘는다.
직장인 장 씨는 “여자친구와 밸런타인데이 호캉스를 계획하면서 3개월 전부터 모임통장으로 매달 10만원씩 모았다”며 “누가 더 많이 냈는지 눈치 볼 필요가 없고, 소비 내역이 투명하게 공유되니 과소비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데이트 통장이 단순한 ‘지출용’이었다면, 최근에는 고금리 파킹통장 기능을 결합해 하루만 맡겨도 이자가 쌓이는 상품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데이트 머니’도 굴려야 한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 모임통장은 ‘개인 명의’… 금융 사고 주의보
전문가들은 데이트 통장이 법적으로는 ‘공동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 통장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임통장 서비스가 아무리 발달했어도 예금주, 즉 계좌 개설자가 마음만 먹으면 잔액을 모두 출금하거나 통장을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헤어진 연인이 데이트 통장 잔액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는 피해 호소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법적으로 증여가 아닌 공동 자금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약정이 없으면 돌려받기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금융권 관계자는 “데이트 통장을 개설할 때는 입금 비율과 사용 목적을 명확히 하고, 만약 헤어지면 잔액을 어떻게 나눌지 사전에 합의하는 것이 좋다”며 “금융 거래로서의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안전한 이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