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도로 위 '보이지 않는 적' 블랙아이스가 운전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눈이 내리지 않더라도 노면이 젖으면 터널 출입구나 고가도로, 교량 등에서 얇은 얼음막이 형성되며, 이로 인한 교통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자신의 과실을 줄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보험사와 경찰당국은 빙판길 사고를 기본적으로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간주해 단독 사고의 경우 운전자 과실을 100%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는 악천후 시 감속 운행이 의무화되어 있다. 특히 비로 인해 노면이 젖었을 때는 최고속도의 20%를, 노면이 얼어붙은 경우에는 50%를 줄인 속도로 주행해야 한다. 법원 역시 전방주시, 감속 운전, 차간거리 확보를 필수 의무로 판단하며, 단순히 '미끄러졌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항상 운전자 과실로만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제설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거나 이미 여러 건의 사고가 발생해 위험이 예견됐음에도 도로 관리 주체가 방치한 경우, 도로 관리의 하자를 근거로 배상을 청구할 여지가 있다. 특히 누수 등으로 인한 상습 결빙이 발생하는 경우, 도로 관리 주체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최근 5년간(2020~2024년) 통계에 따르면, 도로 결빙 교통사고는 총 4112건으로 사망자 83명, 부상자 6664명이 발생했다. 빙판길은 마른 노면보다 제동거리가 최대 7배까지 늘어날 수 있어 충분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 발생 시 수리비 외에도 보험료 할증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겨울철 결빙 사고 시 도로 관리가 미흡했다면 도로 관리 주체의 과실이 인정될 수 있지만, 최근 내비게이션 알림이나 자동차 경고등 등으로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는 만큼 책임이 100%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며 "기상 악화 시 감속운행과 안전거리 확보 같은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