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포와 유전자 등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 조직을 재생하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첨단재생의료 분야에서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어려운 중대·희귀·난치질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확대하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목표다.
보건복지부는 7월 21일 제1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정책위원회를 열어 '제2차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2026~2030)'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재생의료기관 사후관리 강화 방안과 규제 합리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첨단재생의료는 세포나 유전자치료 기술을 활용해 인체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의료기술로, 최근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실제 치료와 제품화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정부는 제1차 기본계획(2021~2025)을 통해 중앙심의체계와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재생의료기관 지정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 결과 2025년 12월 기준 임상연구 57건이 승인됐고, 관련 기업 수도 2023년 76개에서 2025년 138개로 약 80% 증가했다.
구체적인 임상 성과도 나타났다. 재발성·불응성 급성 림프모구백혈병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병원 내에서 CAR-T 치료제를 생산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치료제 생산 기간을 기존 56일에서 12일로 5배 가까이 단축했다. 치료받은 8명 중 5명이 투여 1개월 후 완전관해(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보였다. 난치성 기관 결손 환자에게는 동종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한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만든 인공 기관을 이식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2025년 치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첫 치료계획 승인 사례도 나왔다. 2026년 4월에는 EBV 양성 림프절외 NK/T세포 림프종 환자에게 자가 면역세포를 투여하는 치료계획이 제1호로 승인됐다.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에서 15명을 대상으로 실시되며, 치료비용은 7600만 원으로 5년 이내 재발 시 전액을 환불하는 성과연계 방식이 적용됐다. 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는 2026년 4월 국내 최초로 개발된 CAR-T 치료제 '림카토주'가 품목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환자가 국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치료법과 국내 개발 제품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연구 성과가 실제 치료나 상용화로 이어지는 비율도 충분하지 않다. 이에 제2차 기본계획은 환자 접근성 확대, 과학적 규제 합리화 및 안전관리 강화, 기술·산업 경쟁력 강화 등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첫째, 환자가 국내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임상연구와 치료를 활성화한다. 특히 해외 원정치료 수요가 높은 무릎골관절염, 난치성 만성통증, 혈액암, 재발성 교모세포종 등 4개 질환을 대상으로 다기관 임상연구를 추진한다. 연구 결과는 치료계획 심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 치료 비용 등을 검토해 국내 치료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근거로 활용된다. 극희귀질환 등 기존 방식으로 치료 개발이 어려운 분야에는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개별 맞춤형 치료 개발 지원 모델도 검토한다.
연구자들이 임상연구에 원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우수한 세포처리시설의 시설과 인력, 장비를 공동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한다. 임상에 진입 가능한 양질의 원료세포 공급 체계도 확충하고, 중대·희귀·난치질환을 중심으로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한다. 환자가 승인된 치료와 실시 의료기관, 치료 비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첨단재생의료포털을 통해 정보를 공개하고, 치료 전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위한 표준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둘째,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규제를 합리화하고 제도 전반을 고도화한다. 안전성 근거가 축적된 기술은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험도를 조정한다. 저위험으로 조정되면 별도의 선행 임상연구 없이 바로 치료계획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2026년 5월 법 개정으로 첨단재생의료 범위에 생체 내 유전자치료가 포함된 것처럼 신기술 적용 범위도 지속적으로 검토한다.
세포처리시설이 기존에는 인체세포를 직접 채취해 처리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제대혈 은행이나 인체세포 관리업자 등 다른 기관으로부터 원료세포를 제공받아 연구와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다.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와 치료, 장기추적 과정에서 축적된 실사용 데이터를 첨단바이오의약품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심의 수요 증가에 대응해 심의체계도 개편한다. 심의위원회 내 분과위원회를 설치해 심의 권한을 부여하고, 전문위원회의 심층 검토 기능을 강화한다. 축적된 심의 사례를 바탕으로 임상연구와 치료계획 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연구계획 수립 단계부터 맞춤형 사전컨설팅을 제공한다.
재생의료기관의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실시계획 제출 의무와 3년 주기의 지정갱신제를 도입한다. 재생의료기관 광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첨단재생의료 특화 광고 모니터링을 운영한다. 치료 과정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병원 내 자체 세포처리와 치료 과정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세포처리시설의 품질·안전관리 기준을 정비한다. 이상반응 보고 시점을 중대성에 따라 차등화하고, 장기추적조사와 건강보험 등 공공데이터를 연계해 장기 안전성 근거를 체계적으로 축적한다.
셋째, 차세대 혁신기술 개발부터 임상 전환, 제조 혁신과 사업화까지 전주기 기술·산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바이오프린팅, 세포 기반 인공조직, 항노화, 유전자 편집·전달 등 차세대 원천·치료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술 개발을 확대한다. AI와 로봇 기반 제조공정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를 지원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다. 국산 소재·부품·장비 개발을 지원하고 핵심 원료의 공급을 안정화한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임상연구와 치료계획 승인을 누적 150건 이상 달성하고, 국내 개발 첨단바이오의약품 5개 이상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편, 정책위원회는 재생의료기관의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재생의료기관 지정제도는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와 치료가 안전한 관리 체계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한 시설과 장비, 인력을 갖춘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제도다. 2026년 6월 기준 지정 기관은 223개소까지 늘었지만, 임상연구나 치료 참여는 제한적이고 일부 기관이 지정 사실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재생의료기관이 지정 후 1년 이내에 임상연구 또는 치료계획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기간 내 제출하지 않은 기관은 지정을 취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3년 주기의 지정갱신제를 도입해 시설과 장비, 인력 등 지정 요건과 함께 연구·치료 참여 실적, 교육 이수 여부, 법령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재지정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위한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은 2026년 하반기에 추진된다.
첨단재생의료 관련 거짓·과대 광고와 미승인 시술 의심 기관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첨단재생의료에 특화된 광고 모니터링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의료기관과 국민이 준수해야 할 광고 기준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광고 가이드라인을 2027년 3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미승인 시술이 의심되는 의료기관은 안전관리기관이나 관할 보건소가 현장 점검을 실시하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처분이나 고발 조치를 취한다.
규제 합리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정부는 그간 난치질환 기준 명확화, 중·저위험 연구의 비임상시험자료 부담 완화, 국내외 임상자료 활용 확대 등을 추진해 왔다. 이번 방안에는 해외 원정치료 수요 질환에 대한 정부 주도 임상연구와 함께 첨단재생의료 위험도 조정, 원료세포 수급 경로 확대, 심의 체계 개편 등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무릎골관절염, 만성통증, 고형암에 대한 임상연구는 이미 심의 적합 통보를 받고 2026년 7월부터 실시 중이며, 혈액암 과제는 보완을 거쳐 7월 중 재심의 예정이다. 안전성 근거가 축적된 배양된 자가유래 면역세포를 이용한 첨단재생의료의 위험도는 중위험에서 저위험으로 조정된다. 2026년 10월까지 관련 고시를 제정하고, 저위험으로 조정되면 별도의 선행 임상연구 없이 치료계획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세포 배양 과정의 전문성과 품질·안전성을 고려해 위험도 조정 이후에도 투여용 인체세포 배양은 허가받은 세포처리시설에서 수행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세포처리시설에서 취급할 수 있는 원료세포의 수급 경로도 확대된다. 지난 5월 법 개정으로 해외에서 인체세포를 수입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데 이어, 제대혈 은행 등 국내 다른 기관이 채취·보관 중인 원료세포도 제공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 법 개정을 추진한다.
심의 신청 증가에 대응해 심의위원회 위원을 확대하고, 고위험과 중·저위험 연구·치료계획을 각각 심의하는 분과위원회를 설치한다. 각 분과위원회는 심의위원으로 구성하고, 심의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각 분과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2026년 12월까지 그간 축적된 심의 사례와 국내외 동향을 바탕으로 심의 기준과 연구설계 방향을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심의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연구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계획이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2차 기본계획을 통해 환자가 국내에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중대·희귀·난치질환 극복에 기여하는 실질적인 성과가 창출되기를 기대한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규제 합리화를 지속하는 한편,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전주기 안전관리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