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한 '부산 선언'이 7월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본회의 첫날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 선언은 무력분쟁, 기후변화, 개발 압력 등 세계유산을 둘러싼 다양한 위협에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외교부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부산 선언은 의장국인 한국이 주도하고 21개 세계유산위원국과 세계유산위원회 3대 자문기구(ICCROM, ICOMOS, IUCN) 전문가들이 참여해 초안을 작성했다. 올해 4월에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협력해 국내 전문가 공청회와 국제전문가 화상회의를 열었고, 5월에는 서울에서 국제전문가 회의를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후 위원국 간 최종 조율을 거쳐 선언 채택 준비를 마무리했다.
이번 선언의 가장 큰 특징은 세계유산 협약의 기존 다섯 가지 전략목표(5Cs: 신뢰성, 보존, 역량 강화, 소통, 공동체)에 여섯 번째 목표로 '협력(Collaboration)'을 추가할 것을 제안한 점이다. 또한 세계유산 분야 최초로 디지털 전환과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선언문에는 각 유산의 가치를 전문적 식견에 기반해 책임 있게 해석하고 설명하는 '포용적 해석'과 세계유산 관리의 '공동 책임' 중요성, 현장 관리자들의 역량 강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간 통합적 접근 필요성 등도 포함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선언 발표를 계기로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12건의 후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7월 20일 오후 1시 위원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국가유산청, 부산시, 유네스코, 국내 카테고리2센터(유네스코와 회원국 정부가 협정을 맺어 설립한 국제협력 기관) 등이 협력해 추진할 후속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후속 사업은 크게 다섯 가지 소주제로 나뉜다. 첫째, 협력을 통한 협약 이행 강화 분야에서는 부산 포럼(가칭) 개최(10억 원, 2027년 신규), 아시아 월경유산(국경을 넘는 유산) 보존관리 및 등재 지원(33억 원, 5년간), 태평양 도서국가(SIDS)의 지속가능한 관광 전략 개발(8억 원, 3년간), 남아시아 유적지 관리 역량 강화(9억 원, 5년간), 아프리카 세계유산 등재 역량 강화(15억 원, 3년간) 등이 포함된다.
둘째, 포용적 해석 및 상호 이해 분야에서는 유산 해석 국제기준 수립(1.5억 원, 2026년)과 정기보고 이행계획 역량강화 워크숍(0.6억 원, 3년간)이 추진된다. 셋째, 공동 책임 및 유산 관리 분야에서는 유산기반 ODA(공적개발원조) 사업(111억 원, 2026년)과 아시아 공유문화유산 지속가능발전 가치 확산(30억 원, 3년간)이 계획됐다.
넷째, 유산·자연·기후 탄력성 분야에서는 태평양 도서국가의 재해·기후위기 유산 회복력 구축(8억 원, 3년간)과 기후변화 및 재난 대비 문화유산 대응력 강화 연구(20억 원, 4년간)가 포함된다. 다섯째, 디지털 책임 및 미래 전승 분야에서는 생성형 AI 기반 문화유산 디지털 기술 개발(8.4억 원, 5년간)이 추진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후속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세계유산 분야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당사국뿐 아니라 세계유산 관련 다양한 전문가, 현장 관리자, 공동체 간 협력을 선도할 계획이다. 외교부와 국가유산청은 부산 선언이 세계유산협약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위한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다.
한편, 부산 선언 전문에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이 1972년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보호 협약을 상기하며,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가진 문화·자연유산의 식별, 보호, 보존, 전시 및 미래 세대 전승이 협약의 주요 목표임을 재확인했다. 선언문은 무력분쟁, 재난,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손실, 환경·사회·개발 압력, 급속한 기술 변화 등 복합적이고 상호 연결된 글로벌 도전에 직면한 세계유산의 현실을 인식하고, 문화·자연유산을 보호 대상뿐 아니라 회복력, 회복, 인간 존엄성, 대화, 상호 이해, 연대,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핵심 자원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언문은 협력을 세계유산 체계의 여섯 번째 C로 인정할 것을 선언했다. 이는 기존 다섯 가지 전략목표만으로는 현재의 복합적 도전을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협력은 기존 5Cs를 대체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선언문은 또한 포용적 해석과 전승, 공동 책임과 역량 강화, 유산·자연·기후 탄력성, 디지털 책임과 미래 전승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디지털 책임과 관련해 선언문은 인공지능을 포함한 디지털 기술이 세계유산의 식별, 문서화, 해석, 접근, 보존, 전승 방식을 점점 더 변화시키고 있다고 인식했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디지털 관행을 장려하고, 정확성, 맥락, 포용성, 공평한 접근, 국제법 존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통 지식과 원주민 지식에 대한 존중, 디지털 접근 격차 해소, 유산 관련 데이터의 무결성과 장기 보존을 위한 위험 관리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부산 선언과 후속 사업을 통해 세계유산 보호와 관리에 있어 국제사회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고, 한국이 세계유산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