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중증 환자와 소아 중환자를 많이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일수록 더 많은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하반기부터 '중환자실 부하지수'를 새로운 성과지표로 도입해 800억 원 규모의 보상을 차등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급종합병원이 본연의 역할인 중증·응급·희귀질환 치료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그동안 중환자실 보상은 전담 전문의 유무나 간호 등급 같은 구조 지표 중심으로 이뤄져 병상 규모나 인력 기준이 같더라도 실제 의료진의 업무 부담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중환자실은 전체 급성기 병상의 4.1%에 불과한 희소 자원이지만, 생명이 위독한 환자의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의료 인프라다. 2024년 말 기준 전국 중환자실 병상은 12,023개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 급성기 병상 29만 361개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상급종합병원의 일반 입원실은 줄고 중환자실은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응급환자 미수용의 주요 사유로 중환자실 부족이 계속 꼽혀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중환자실 역량을 평가할 새로운 지표를 도입하기로 했다. 새로 도입되는 중환자실 부하지수는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진료량에 중증 환자 진료량과 18세 미만 소아 환자 비율을 가중치로 반영해 연간 중환자실 병상 수로 나눈 값이다. 중증 환자 진료량에는 인공호흡기, 지속적 혈액투석(CRRT), 체외순환막형산화요법(ECMO) 같은 고난도 치료 건수가 포함된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되는 중증 환자와 소아 중환자 진료에 적극적인 병원이라는 의미다. 보건복지부는 향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기존 성과지표를 보완하고 새로운 지표도 추가로 발굴해 중환자 진료 역량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지원금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차등 지급된다. 전체 800억 원 중 30%인 240억 원은 각 병원의 중환자실 부하지수에 비례해 배분된다. 나머지 70%인 560억 원은 부하지수 구간에 따라 A부터 D등급까지 평가 등급을 매겨 가중치를 적용해 지급한다. A등급은 부하지수 1.2 이상, B등급은 0.9 이상~1.2 미만, C등급은 0.7 이상~0.9 미만, D등급은 0.7 미만이다. 의료진의 업무 부담이 큰 병원일수록 확실한 보상을 받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번 보상은 상급종합병원 47개소를 대상으로 2026년 3~4분기 실적을 평가한 후 2027년 6월에 사후 지급된다. 각 병원의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실적을 산출하기 때문에 추가 자료 제출 부담은 최소화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25년부터 대한중환자의학회에 위탁해 '중환자실 관리체계 마련 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호주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상급종합병원 23개소와 종합병원 50개소가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중환자실 인력·장비·병상 가동 현황 등을 매일 파악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중환자실 부하지수를 새롭게 산출했으며, 향후 성과 보상 체계와 직접 연계할 방침이다.
또한 정부는 시범사업과 함께 추진된 정보화전략계획(ISP)을 바탕으로 전국 단위 중환자실 모니터링 및 자원 관리를 위한 중환자실 진료정보시스템 구축을 2027년부터 추진한다. 2030년까지 상급종합병원부터 지역 거점 종합병원까지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확산하고, 중앙응급의료상황실 등에서 중환자실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보건의료 재난 상황에서도 중환자실 입실이 필요한 환자가 지연 없이 적재적소로 이송되고 치료받을 수 있는 관리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관은 "중환자실 부하지수 도입은 가장 위중한 생명을 살려내는 의료진과 병원의 노력에 상응하는 합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가치 기반 보상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앞으로도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 성과에 대한 보상 비중을 더욱 높여 상급종합병원이 의료전달체계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