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 ‘배타적사용권’, 보장 공백 집중 공략
올해 보험업계가 잇달아 배타적사용권을 확보한 영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첨단치료, 여성 생애주기, 치매 초기처럼 기존 보험이 충분히 채우지 못했던 보장 공백이라는 점이다. 보험사들은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을 느끼는 지점을 파고들면서, 동시에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수익성도 방어하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험사가 획득한 배타적사용권은 생명보험 13건, 손해보험 6건 등 총 19건으로 집계됐다. 과거 일상 밀착형 상품을 앞세워 독점 상품을 양산하던 때와 비교하면 건수보다 내용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다.
특히 보험사들은 수익성 지표를 방어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며 경쟁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 소비자 니즈 반영한 ‘보장 빈틈’ 공략
현재 보험사들이 배타적사용권을 통해 확보하려는 핵심 보장 영역은 크게 세 갈래로 압축된다. 첨단치료, 여성건강, 치매·요양을 아우르는 고령화 대응이다.
먼저 암 치료를 받고 난 이후에도 남는 의료비 부담을 겨냥한 상품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기존 암보험이 진단비나 수술비 중심이었다면, 올해 배타적사용권을 따낸 상품들은 치료 이후 단계로 시선을 옮겼다. 첨단 항암치료 기법이나 암 치료 후의 미세 잔존암을 추적 관찰하는 검사비, 신(新)의료 기술과 연계된 급여 특약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건강 분야에서는 기존 보험이 다루지 않았던 생애주기별 상품이 주목받았다. 착상 확률 개선 검사비나 폐경(완경) 진단비, 가정폭력 법률비용 등 여성의 생애주기를 반영한 상품이 배타적사용권을 연속으로 획득하며 입지를 다졌다.
고령화 영역도 마찬가지다. 치매 확진 이전의 초기 단계나 장기요양 등급 진입 전후처럼 기존 상품이 비어 있던 구간을 노렸다. 치매 및 장기요양 등급 보장을 강화하거나 표적 약물치료 시 필수적인 고가 검사비를 지원하는 상품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은 단순히 보장 범위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의 세부적인 니즈를 포착해 정교하게 설계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 CSM 확대, IFRS17 시대의 전략적 선택
보험사들이 이처럼 소비자 부담이 큰 영역의 상품 기획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새 보험회계 국제기준(IFRS17) 도입 이후 핵심 수익성 지표가 된 CSM이 자리 잡고 있다.
보험연구원의 ‘2026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에 따르면, 올해 생명보험 CSM은 64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0.6% 감소하고, 손해보험 CSM 증가율도 지난해 7.0%에서 올해 2.1%로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 정체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신계약 CSM 배수가 높은 제3보험 영역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보장 공백이 클수록 소비자의 실제 의료비 부담도 크고, 보험사로서는 새로운 위험률을 개발해야 하는 만큼 배타적사용권 심의에서도 독창성을 인정받기 유리하다. 결국 소비자 니즈와 보험사 수익성이 맞닿는 지점에 올해 배타적사용권 경쟁이 집중된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상품을 많이 내놓는 것보다 수익성이 높은 상품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며 “앞으로도 CSM 확대에 유리한 차별화된 상품 개발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