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 부채 평가의 핵심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앞으로 보험사의 낙관적 전망에 기댄 부채 축소 관행이 사실상 차단된다.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6월 말 결산부터 원칙 적용되며 일부는 올해 말부터 시행된다.
가장 큰 변화는 손해율 가정 산출 방식에 있다. 그동안 일부 보험사는 경험 통계가 5년 미만인 신규 담보에 대해 유사 담보 손해율을 그대로 차용하거나 임의로 낮은 수준의 손해율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과소평가해 왔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보험개발원 참조순보험요율에 안전할증을 더한 보수적 손해율과 상위 담보 실적손해율 중 더 높은 값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암 발생 담보 안에 포함되는 갑상선암 담보와 같은 세부 상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갱신형 상품의 보험료 산정도 현실화된다. 과거에는 미래 보험료 인상을 가정해 손해율이 목표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전제하는 방식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목표손해율을 보수적 손해율과 실적손해율 중 큰 값으로 고정하고, 장래 갱신보험료 증감폭도 직전 5년 예정위험률의 연환산 증감률 이내로 제한된다. 최종손해율 기준 역시 강화돼 특정 경과년도 이후 동일 손해율을 적용하는 시점을 실제 통계량에 근거해 담보별로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 전문가 판단을 빌미로 손해율 악화를 축소하거나 이연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사업비 가정에도 변화가 생겼다. 보험사는 사업비 산출 시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등을 반영한 물가상승률을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하며, 비용 발생 기간을 자의적으로 조정하거나 단축할 수 없다. 계리가정 산출과 관련된 경험 통계, 산출·보정 방법, 의사결정 체계는 모두 문서화하고 변경 시 위험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번 개정에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내부모형 승인 기준과 자체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제(ORSA) 정비도 포함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기준 적용으로 신규 담보와 갱신형 상품의 부채 평가가 보수화되고 상품 개발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할인율 상승 효과로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지급여력비율 하락 부담이 일부 경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사들이 경험 통계가 확실히 축적된 영역을 중심으로 보다 보수적인 상품 구조를 설계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갱신형 상품의 초기 보험료 인상이나 보장 한도 축소 등 직접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