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지난 6월 25일과 26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2차 팍스 실리카 서밋(Pax Silica Summit)'에 참석해 글로벌 AI 공급망의 회복력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팍스 실리카는 인공지능 전주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미국 국무부 주도로 지난 2025년 12월 출범한 유사입장국 협의체로, 이번 정상회의는 출범 이후 회원국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열렸다.
총 24개국이 참여한 이번 서밋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호주, 핀란드, 인도, 이스라엘, 일본, 노르웨이, 카타르, 싱가포르, 스웨덴, 필리핀, 아랍에미리트, 영국, 유럽연합, 독일, 그리스, 네덜란드, 카자흐스탄, 칠레, 코스타리카, 파나마,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 대표단은 김진아 2차관을 수석대표로 외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회의는 먼저 25일 열린 민관합동 회의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는 AI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와 기업 간 협력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특히 AI 기술을 활용한 창업 촉진, 인공지능 인프라 보안, 핵심광물과 반도체 공급망, AI와 바이오 기술의 융합 발전 등 최신 기술·산업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AI 혁신을 이끌어가기 위해 어떤 제도와 지원이 필요한지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이튿날인 26일에는 정부간 회의가 개최됐다. 이날 회의는 AI 혁신을 뒷받침할 정책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가국들은 공정 경쟁과 혁신 친화적인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정부가 단순한 규제자가 아닌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규제 샌드박스(일정 조건에서 기존 규제를 면제해 주는 제도), 신속한 인허가 절차, 데이터와 컴퓨팅 자원에 대한 접근성 확대, 인재 양성, 세제 혜택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또한 AI 데이터와 인프라 협력, 공동 표준 마련 등 더 넓은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회원국 간 협력 방안도 모색됐다.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은 연설에서 “미래 성장 동력인 AI의 안정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핵심광물, 에너지, 컴퓨팅 역량, 반도체, 전문 인력 등 AI 가치사슬 전반의 기반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신뢰할 수 있는 AI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팍스 실리카 회원국 간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진아 차관은 반도체 공급망 세션에서 선도 발언을 통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육성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반도체 공급망 회복력은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없는 공동의 과제”라며 회원국들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 줄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김 차관은 지난 2월 발표된 한국의 ‘AI 액션플랜’ 주요 내용을 소개하며, 한국이 AI 가치사슬 전반에서 혁신 친화적인 글로벌 환경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회의에 참여한 국가들은 AI가 제공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의견을 모았다. 그 결과 ‘AI 기회 파트너십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 성명에는 ▲혁신 친화적인 제도 구축 ▲에너지, 핵심광물, 전문 인력, 반도체 등 AI 분야 협력 심화 ▲민간 부문 협력 촉진 등 세 가지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상호 협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성명 전문에서 참가국들은 “우리 서명 당사자들은 공동의 목적 아래 모여 혁신 생태계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확인하고, 상호 번영과 경제안보를 증진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과 기술 발전의 원칙에 기반한 의지를 천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AI의 미래는 신뢰할 수 있는 협력, 경제안보, 혁신 및 공정한 경쟁을 토대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성명은 AI 기회 포용을 위한 공동 우선순위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혁신 친화적 규제 촉진이다. 각국은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투자를 활성화하는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며, 성장 친화적인 규제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둘째, AI에 대한 폭넓은 협력 강화다. 안정적인 에너지 인프라 확장, 핵심광물 생산, 숙련 인력 양성, 신뢰할 수 있는 반도체 생태계 발전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결성을 포함한 AI 스택을 파트너 국가와 공동으로 수출할 기회도 모색하기로 했다. 셋째, 민간 산업의 역량 결집이다. 민간 부문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AI 혁명을 촉진할 환경을 조성하고, 국경 간 벤처투자와 연구개발 협력을 촉진하며, 차세대 데이터센터 투자와 AI 컴퓨팅 접근성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팍스 실리카 참여국들과 긴밀한 협력을 지속하면서 AI 및 첨단산업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고, 우리 기업의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국제 협력을 적극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