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생명보험 시장에서 재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AM Best가 내놓은 최근 분석에 따르면, 일본 생명보험사들이 원수보험료 중 재보험사로 넘기는 비중이 2020년 10%를 밑돌던 수준에서 2023년과 2024년에는 24%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기간에 두 배 이상 확대된 수치로, 업계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일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일본판 지급여력제도인 J-ICS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말부터 본격 시행된 J-ICS는 국제보험자본기준(ICS)에 발맞춰 설계됐으며, 금리 변동이나 계약 해지율,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같은 위험 요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고안됐다. AM Best의 신시아 앙 수석 연구원은 “연금보험과 장기 생명보험에서 자본 부담이 커지자 보험사들이 투자위험과 장수위험을 재보험으로 이전하는 자산집약형 재보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보험 활용 확대는 일부 보험사의 재보험 레버리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해당 지표는 출재한 재보험 규모를 자본과 잉여금으로 나눈 비율로, 업계 전체 평균은 2020년 4.8%에서 지난해 말 14.8%로 약 3배 상승했다. 특히 다이이치 프런티어 생명보험과 프루덴셜 지브롤터 금융생명보험, 메트라이프 생명보험 일본법인은 재보험 레버리지가 500%를 넘어서며 위험 이전을 자체 자본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다만 개인 생명·연금보험 계약 중 실제로 재보험으로 이전된 비중은 2023~2024 회계연도 기준 1~2%에 불과해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자산집약형 재보험과 해외 재보험이 주요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향후 출재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본 금융청도 사모펀드 참여 확대와 복잡한 담보 구조 등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해 재보험 거래 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번 조치는 일본 생명보험 시장의 리스크 관리 패러다임이 전환점을 맞았음을 시사한다. 새 지급여력 규제 아래서 보험사들은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재보험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재보험 시장의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재보험 의존도가 과도해질 경우 금융 안정성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