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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엽의 만만보(萬漫步) 산책] 목숨 걸어야 하는 전통시장 통행로

 전인엽의 만만보(萬漫步) 산책  목숨 걸어야 하는 전통시장 통행로

전인엽의 만만보(萬漫步) 산책 목숨 걸어야 하는 전통시장 통행로

전통시장은 맛과 멋과 재미가 풍성한 산책길이다. 따뜻한 인정에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 노포마다 인생살이의 희로애락을 담은 얘깃거리가 넘쳐나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눈은 호사스럽고 귀가 솔깃해진다. 사무실에서 멀지 않은 남대문시장, 독립문 영천시장, 경복궁 통인시장은 물론이고 간혹 시간 날 때에는 종로5가 광장시장까지 걸어 맛집 탐방도 한다. 요즘 전통시장은 시장마다 특색을 키우고 보행 환경을 정비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해 이를 직접 체험하려는 청춘과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전통시장의 통행로가 교통안전 사각지대라는 것이다.

지난 13일 경기 부천시 제일시장에서는 4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트럭 돌진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차의 60대 운전자는 1톤 화물 트럭을 후진시키다가 가판대에 닿은 느낌이 들자 잠시 내렸다가 트럭이 움직이는 바람에 급히 올라타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세게 밟는 바람에 차가 쏜살같이 돌진해 대형 사고를 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서울 강동구 길동 복조리시장에서도 6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의 돌진으로 11명이 부상을 입는 등 전통시장 통행로에서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빈번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실 전통시장 통행로의 교통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대부분 폭이 좁은 데다 상인과 행인, 차량이 뒤섞여 지나는 경우가 많아 차가 돌진하게 되면 언제든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주말 남대문시장을 찾았을 때도 여러 번 아찔한 순간을 겪었다. 숭례문 오거리에서 지하철 4호선 회현역으로 연결되는 남대문시장 통행로는 비교적 폭이 넓은데도 차량과 사람이 얽혀 서로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 사이를 짐을 가득 얹은 오토바이가 지그재그로 헤집고 지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돌진 차량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매대 앞에 서서 물건을 고르는 행인은 정신이 팔려 뒤에서 지나가는 차가 있어도 알아차릴 수 없고, 앞에서 달려오는 차를 보더라도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전통시장에서 차량 사고가 끊이지 않자 각 지자체는 통행로의 폭을 넓히고 점포와 도로 사이 경계선을 만들어 매대나 상품이 경계선 밖으로 나오지 않게 하고, 보행자가 많은 시간대와 주말에는 차량 진입 자제를 주문하는 등 안전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사라지게 된다. 차량 운전자나 상인 모두 생계가 걸린 만큼 만약의 차량 돌진 사고를 떠올릴 여유가 없다. 특히 상인들은 매일 상품을 차에서 싣고 내리기를 반복해야 하는 시장에서 차량 진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현행법상 전통시장 내 통행로는 대부분 일반 도로로 분류돼 있어 차량과 오토바이 통행 금지를 강제할 수도 없다. 이에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법 규정을 고쳐서라도 보행자가 많이 다니는 시장 영업시간에는 차량 진입을 막고 차량용 급가속 방지 장치 장착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9년 1월 1일부터 제작·수입하는 승용차와 3.5톤 이하 승합·화물·특수차에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장착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승용차는 2029년 1월부터, 승합·화물·특수차는 2030년 1월부터 의무 장착이 적용된다.

그러나 아직 시행까지 3년 넘게 남아 있어 지금으로선 전통시장 통행로 교통사고를 막을 뾰족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그저 서로 잘 살피고 조심하고, 특히 운전자의 경우 절대적인 안전운전을 하는 것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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