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국내 5대 가상자산 사업자와 손을 잡고 피싱범죄 피해금이 가상자산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전방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최근 보이스피싱 등 피싱범죄의 자금 세탁 수단이 현금이나 대포통장에서 추적이 까다로운 가상자산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이에 경찰청은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을 앞당겨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 거래소와 업무협약을 4일 체결했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악성 앱 정보 등 피싱 관련 데이터를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전용 채널을 구축한 점이다. 거래소는 이 데이터를 자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에 반영해 피싱범죄 의심 거래를 더 정확하게 탐지하고, 피해가 의심되는 계정의 입출금 거래를 즉시 차단한다.
중요한 것은 경찰이 지난 3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의결을 받아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사전에 해소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법 시행 전임에도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실제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시범 운영을 통해 이 협력 체계의 효과가 입증됐다. 시범 기간 동안 총 4,215개의 거래소 계정이 차단됐고, 피해 직전 예방된 금액만 9억 5천만 원에 달한다. 경찰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시범 운영 체계를 '상시 공조 체계'로 전면 전환했다.
특히 시범 운영 기간 가장 먼저 이상 거래를 탐지해 피해를 예방한 빗썸과 코인원의 담당자에게는 경찰청장 감사장이 수여됐다. 양 사는 지난 3월 25일 수사 기관 사칭 피싱에 속아 송금 직전이던 피해자들을 각각 식별해 4천만 원과 3천800만 원 상당의 피해를 막아 민관 공조의 실효성을 조기에 입증했다.
경찰청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대응단 오창배 단장은 "최근 보이스피싱과 신종 스캠 범죄의 자금세탁 형태가 가상자산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이번 협약은 국민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며 "피싱범죄 예방을 위해 민간 기업과의 치안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빗썸 변승무 준법감시인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안전한 거래 환경을 위해 외부 피싱 사이트 유형 탐지 도구 개선 등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 왔다"며 "앞으로 경찰청과 협력해 더 빠르고 고도화된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이용자 보호 역량을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