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보험사기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영수증을 오려 붙이거나 포토샵으로 문서를 위조하는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생성형 AI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진단서나 차량 파손 사진을 정교하게 조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6월 4일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 TF는 보험업법에 따라 운영되는 '보험조사협의회'를 기반으로 구성됐으며, 금융위원회와 경찰청 등 정부 부처, 금융감독원, 한국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보험개발원,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유관기관, 그리고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보험연구원 등 업계 전문가가 참여한다.
최근 보험사기 현황을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적발된 민영 보험사기 규모는 1조 1,571억 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적발되지 않은 사기까지 포함하면 약 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 분야별로는 실손보험과 건강보험이 포함된 장기 손해보험이 44.7%로 가장 많았고, 자동차보험 22.4%, 생명보험 21.8%, 일반 손해보험 11.2% 순이었다. 이 같은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을 가중시킨다.
특히 AI를 활용한 신종 보험사기가 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성형 AI는 이미지 픽셀 자체를 새롭게 생성하기 때문에 기존처럼 폰트나 자간 변화로 위변조를 탐지하기 어렵다. 실제 사례로 부산의 20대 A씨는 실제 병원에서 발급받은 입·통원 확인서를 촬영해 생성형 AI에 업로드한 뒤 입원·퇴원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해 위조 서류를 만들었다. 이를 11개 보험사에 반복 청구해 총 1억 5천만 원을 편취했으며, 결국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진단서를 AI로 위변조하고, 실제 병원에 방문하지 않았음에도 치료를 받은 것처럼 진료비 계산서를 조작한 경우도 있었다.
현재도 한국신용정보원의 'AI 기반 인슈어테크 플랫폼'과 보험개발원의 'AOS 시스템' 등이 운영 중이지만, 기관 간 칸막이로 인해 실시간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다. 또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유한 원천 데이터와의 교차 검증 체계도 미흡한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TF는 세 가지 분과로 나뉘어 운영된다. 법·제도 분과는 보험사기 혐의 정보 집중과 공유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데이터 분과는 추가로 집중·공유할 정보를 선정하며, 인프라 분과는 보험업권과 유관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 방안과 AI를 활용한 보험사기 패턴 분석 및 위험지수 개발을 논의한다.
TF의 추진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AI를 활용한 범죄는 AI로 대응할 수 있도록 보험사기 대응 플랫폼을 고도화한다. 둘째, 원본 대조 등 전통적인 탐지 수단을 함께 활용한다. 셋째, 개인정보 보호 등 선량한 보험계약자의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한다.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3개월간 TF를 운영해 오는 9월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후 10월부터는 법령 개정과 플랫폼 고도화 등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한다.
금융위원회 김진홍 금융산업국장은 "AI 기반 보험사기 방지체계를 차질 없이 구축하면 사전 예방, 실시간 탐지, 사후 조치 등 전방위적으로 보험사기를 감소시켜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보험료 하락과 건강보험 재정 누수 방지로 그 편익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