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차로 '틈새 주행' vs '대기 후 출발'… 법원 "책임 7대 3"
지난해 3월 대구 수성구의 편도 1차로 우회전 전용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두고 법원이 피고 택시와 원고 차량의 책임을 7대 3으로 나눴다. 이번 판결은 차로 내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주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차량이 전방 간선도로 진입을 위해 좌측으로 치우쳐 정차한 상황에서, 뒤따르던 택시가 우측 틈새로 비집고 들어가 먼저 우회전을 시도하다 충돌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택시의 주행 방식이 도로교통법이 금지하는 '비정상적인 통행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편도 1차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선행 차량의 옆 공간을 이용해 나란히 주행하는 행위 자체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다만 원고 차량에도 30%의 책임이 인정됐다.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 원고 차량은 전방에 다른 차량이 거의 없음에도 약 30초간 정차한 상태를 유지했다. 법원은 이 같은 장시간 대기가 후행 택시에게 '앞차가 당분간 출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출발 당시 우측 후방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점도 과실로 작용했다.

이번 판결은 도로 공간과 차로의 개념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해석을 보여준다. 흔히 운전자들은 '차량이 지나갈 공간이 있다면 주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법원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이 존재한다고 해서 그곳이 합법적인 차로가 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특히 도로 폭이 넓은 일부 1차로에서 두 대의 차량이 나란히 주행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교통사고 과실비율 산정과 보험금 지급 심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고 현장의 차로 폭, 정차 시간, 주변 교통 상황 등이 보다 세밀하게 고려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특히 우회전 차로나 좁은 합류 구간과 같이 공간 인식이 모호한 곳에서는 운전자의 주의 의무가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운전 습관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매한 위치에서 장시간 정차하거나 좌우 공간을 무리하게 활용하는 행위가 예상치 못한 사고와 책임 분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 위치와 정차 시간만으로도 상대방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