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500조원을 돌파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발간한 ‘2025년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수익률도 6.47%로 제도 도입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운용 방식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극명하게 갈렸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은 16.80%에 달한 반면 원리금보장형은 3.09%에 머물렀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IRP 가입자 중 수익률 상위 10%는 19.5%를 기록했지만, 하위 10%는 0.5%에 그쳐 무려 39배 차이를 보였다. 상위권 가입자는 적립금의 84%를 실적배당형에 투자한 반면, 하위권은 74%를 원리금보장형에 쏠리게 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퇴직연금이 단순한 적립 자산에서 벗어나 은퇴 후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소득 자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만 55세 이상 수급 개시 계좌 중 일시금 수령 비중이 83.5%로 여전히 높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연금 수령 비중이 처음 60%를 넘어서며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적립 단계의 수익률 격차가 인출 단계의 월수령액 차이로 직결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디폴트옵션 활성화와 일임형 투자 확대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DC·IRP 가입자의 약 절반이 2~4%的低수익률 구간에 머물러 있으며, 실적배당형 가입자조차 연간 매매 횟수가 3~4회에 불과할 정도로 소극적인 운용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생애주기펀드(TDF)의 지난해 수익률이 13.7%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면서, 자동 자산 배분 전략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도 퇴직연금의 역할을 적립금 관리에서 노후 소득 관리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세미나에서 퇴직연금이 일시금이 아닌 평생소득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업자들에게 장기 연금 수령이 가능한 상품 구조 정비와 맞춤형 컨설팅을 당부했다. 하반기에는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적립부터 인출까지 다양한 사례를 담은 퇴직연금 가이드북을 발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