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의 핵심 요소인 '초순수(Ultra Pure Water)' 기술의 국산화가 한층 속도를 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초순수 생산 전 과정에서 핵심 기자재의 90%를 국내 기술로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 '차세대 초순수 생산·공급 및 자립형 생산공정 기술개발 사업(2단계)'을 본격 시작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를 위해 27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및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 지앤지인텍 등 관련 업계와 착수회의를 개최한다.
초순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공정에서 웨이퍼나 생산설비를 세척하는 데 사용되는 공업용수다.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이하에 불과한 극미량의 유기물, 입자, 이온까지 완벽히 제거해야 해 고난도 수처리 기술이 요구된다. 첨단 반도체 생산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핵심 기반 기술로 평가되면서 국산화와 공급망 확보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워터인텔리전스(GWI)에 따르면 세계 초순수 시장은 지난해 46조 5천억 원에서 2030년 58조 9천억 원으로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정부는 2021년부터 '고순도 공업용수 생산 국산화 기술개발사업(1단계)'을 추진해 왔다. 1단계에서 자외선 산화장치, 탈기막, 이온교환수지 등 초순수 공정의 핵심 기자재 국산화에 성공했다. 특히 국내 기술로 생산한 초순수를 SK실트론 구미사업장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공정에 공급하고 지난 19일 기술이전까지 완료하며 현장 적용성과 신뢰성을 검증했다.
이번 2단계 사업은 1단계 성과를 바탕으로 국산화 범위를 기존 핵심 기자재에서 초순수 공급 배관 등 소재까지 확대한다. 초순수 공급 전 과정의 국산화율을 90% 이상으로 대폭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탄소규제 대응과 운영비 절감을 위한 저에너지형 초순수 실증 설비 설계기술도 함께 개발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용수 공급 불안정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도 추진된다. 하수재이용수를 초순수의 원수(原水)로 활용하기 위한 극미량 오염물질 제거 기술을 개발해 안정적인 산업용수 공급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초순수 품질을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는 분석기술 개발도 예정돼 있다. 내년(2027년)부터는 1조분의 1(ppt) 수준의 극미량 불순물까지 측정할 수 있는 초정밀 분석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번 사업은 총 443억 원(정부 출연 324억 원, 민간 부담 119억 원)의 연구비가 투입되며, 2026년 4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5년간 진행된다. 전체는 3개 과제로 구성되며, 1~2과제는 즉시 시작하고 3과제(초극미량 분석기술 개발)는 2027년부터 신규 추진을 검토 중이다.
1과제에서는 테크로스워터앤에너지, 진성이엔씨 등 8개 기관이 참여해 초순수 생산 전처리·순수처리·초순수처리 전 과정의 핵심 기자재를 90% 이상 국산화한다. 2과제는 지앤지인텍, 피피아이파이프 등 8개 기관이 하수재이용수 기반 초순수 생산기술, 배관 국산화, 장거리 초순수 공급, 저에너지 실증플랜트 설계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생산·공급·운영·분석으로 이어지는 초순수 산업 전 주기의 국내 기술 생태계가 구축되면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 안정성과 국가 물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지영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은 "이번 2단계 사업은 단순한 기자재 국산화를 넘어 초순수 생산 전과정의 기술 자립과 지속가능한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국내 물기업의 해외 초순수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