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도 ‘우주 데이터’ 본다, 위성 기반 위험관리 부상
기후위기로 자연재해가 대형화·복합화되면서 보험산업에서도 위성 데이터를 활용한 위험관리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보험이 사고 발생 이후 손해를 보상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위성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해 재난을 예측하고 피해를 줄이는 ‘사전 대응형 보험’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위성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과도 맞닿아 있다. 기존의 단순 발사·제조 중심 ‘업스트림(Upstream)’ 산업에서 데이터·서비스 중심의 ‘다운스트림(Downstream)’ 산업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면서, 위성 데이터를 다양한 산업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신증권이 발표한 ‘스몰캡(우주) 리포트’에 따르면 우주 산업의 지구관측 분야는 데이터 분석과 AI 기반 인사이트 도출 등 응용서비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해당 서비스는 보험·금융, 물류, 농업 등의 산업군으로 확산되고 있어 우주산업과 보험산업의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 해외 보험사, 위성 데이터로 피해 파악
해외에서는 이미 보험금 지급과 재난 대응 과정에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일본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은 핀란드 위성기업 아이싸이(ICEYE)와 협력해 위성 영상으로 피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이를 보험금 지급에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보험사 악사(AXA)와 에이온(AON) 등도 기후변화로 재난 발생 빈도가 높아지면서 피해 면적 산정과 보험금 지급 판단에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월 AXA는 지구 관측 위성 기업 플래닛 랩스(Planet Labs)와 업무협약을 맺고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와 AI 기반 분석 기술을 결합했다. 이를 통해 홍수, 산불,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를 실시간에 가깝게 모니터링하고 고객에게 예방 조치를 안내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보험의 역할이 사후 보상에서 사전 예방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국내는 농작물보험 중심 연구 단계
국내에서는 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위성 데이터 활용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농협미래전략연구소는 ‘농업부문 위성영상의 활용 사례와 농협의 활용 전략’ 보고서를 통해 농작물재해보험 손해평가 과정에 위성 데이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현재 농작물재해보험은 피해 발생 시 손해평가사가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상기후로 피해 범위가 넓어지면서 현장 조사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커지고 있다. 보고서는 선진국이 이미 농업위성을 활용한 농정설계에 집중하고 있다고 짚으며, 위성 기반 손해 추정치를 활용하면 손해평가 자동화와 보험금 선지급 등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국립농업과학원이 기후위기로 대형화·복합화되는 농업재해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정책보험 데이터와 위성 관측·분석 역량을 연계해 자연재해 대응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를 정책보험 인수와 손해평가, 사후관리 등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국내 보험사의 실무 적용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위성 데이터 활용 여부에 대해 “현재 보험사 차원에서 위성 데이터나 AI 기술 활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며 “아직 정부 기관 중심의 기초 연구 단계로 보고 있어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위성 탐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연재해와 농작물보험, 보험 사고 예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강윤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손해보험 산업의 위성 탐사기술 활용 리포트’를 통해 “위성 탐사기술의 적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기술적 문제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공존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