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이 이동양봉 농가의 소득을 높이고 소비자의 국산 꿀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을 개발했다. 농촌진흥청은 벌통 위치와 주변 밀원 정보, 기상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이동양봉정보제공 시스템'을 개발하고 현장 실증을 완료했다고 7일 밝혔다.
이동양봉은 유밀기(꽃에서 꿀이 분비되는 시기)에 아까시나무, 밤나무 등 밀원수를 따라 벌통을 이동시키는 양봉 방식으로, 국내 양봉 농가의 약 30%가 이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밀원수의 개화 시기가 불안정해지면서, 이동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위치 기반 정보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시스템은 벌통에 소형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GPS 좌표와 주변 온·습도 정보를 3시간 간격으로 자동 전송받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또한 휴대전화 앱을 통해 주변 밀원수 위치, 5일간 일기예보, 인근 농가의 벌통 위치, 벌통 주변 기상 환경과 이동 이력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벌통에 부착하는 위치추적 장치는 저비용 광역 통신 방식(NB-IoT, Narrow Band-IoT)을 사용해 전국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초저전력으로 설계돼 배터리 교체 없이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35개 농가를 대상으로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유밀기 평균 이동 거리는 499.5km에서 479.5km로 4% 줄었고, 벌무리당 꿀 생산량은 32.9kg에서 35.5kg으로 8% 늘어 이동 거리 대비 꿀 생산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이를 통해 이동양봉 차량 1대(1톤 트럭, 16벌무리 기준)당 시스템 설치비 20만 원을 제외하고 연간 약 121만 원의 순수익 증가가 기대된다.
이 시스템은 동선과 이동 거리 기록뿐만 아니라 채밀지의 GPS 좌표, 체류 시기, 밀원수 정보를 자동으로 축적해 국산 꿀의 생산 이력 추적을 위한 기술적 기반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국산 꿀의 생산 이력을 제공하면 국산 꿀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2024년 특허출원을 마쳤으며, 'Journal of Apiculture'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현장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2027년 신기술 시범사업과 농림축산식품부 정책사업으로 제안했다. 앞으로 아까시꿀, 밤꿀 등 밀원 품종별 인증제나 생산 이력제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기반 데이터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현장 실증에는 전국 35개 농가가 참여했으며, 4월 9일부터 7월 31일까지 총 25,282건의 데이터가 수집됐다. 분석 결과 이동양봉 벌무리는 유밀기(5~6월)에 북위 34.4도(해남)에서 38.3도(양구)까지 이동하며, 벌통당 평균 871.1km를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월 말에서 5월 초 아까시 개화기에 이동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다.
사용 농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시스템 사용 전보다 이동 거리가 20km 감소하고 벌무리당 꿀 생산량이 2.6kg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가들은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밀원수 확인'과 '다른 농가의 위치 공유'를 꼽았다. 만족도 조사에서는 '만족'이 50%, '보통'이 43%였으며, 향후 추가 참여 필요성에 대해서는 86%가 '참여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제성 분석 결과 시스템 사용에 따른 추가 비용(감가상각비, 수리비, 통신비 등)은 연간 약 92,620원인 반면, 꿀 생산량 증가로 인한 이익은 약 1,310,400원으로 순수익이 약 122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여기에는 시스템 사용 전후 꿀 생산량 차이(2.6kg)에 벌통 수(16벌무리)와 꿀 단가(kg당 31,500원)를 적용한 결과다.
농가들은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71%였으며, 특히 모니터링 기능 강화(86%)와 농약 살포 정보 기능 추가(71%)를 요청했다. 자신의 벌통 위치 정보 공개에 대해서는 86%가 필요하다고 응답해 정보 공유에 대한 의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양봉과 한상미 과장은 "이동양봉 농가가 지금까지 경험에 의존해 이동 시기와 장소를 판단해 왔다면, 이 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데이터 기반 이동양봉이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고도화를 거쳐 양봉 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산 꿀의 신뢰와 가치를 높이는 기반 기술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