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농업과 농촌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계획 수립에 나섰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을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최근 중동전쟁으로 그 시급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그린 전환, 스마트팜 확산 등으로 농업 분야의 에너지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6년 5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업·농촌 에너지 대전환 전략 마련을 위한 TF’를 구성하고, 산업계와 연구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첫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 TF는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이 단장을 맡고, 김정욱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이 부단장을 맡았다. TF는 세부적으로 ‘농촌 에너지 자립반’, ‘농업 에너지 전환반’, ‘대규모 농업기반 활용반’ 등 3개 반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이번 TF 구성의 핵심은 식량안보와 에너지 전환의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농업·농촌이 보유하고 있는 풍부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규모 농업용 저수지 같은 농업기반 시설과 가축분뇨·영농부산물 같은 바이오매스 자원을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농업·농촌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나아가 국가 전체의 에너지 전환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첫 TF 회의에서는 3개 반별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었다. 농촌 에너지 자립반은 영농활동과 태양광 발전을 동시에 실현하는 ‘영농형태양광’ 확산 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또한 햇빛소득마을이나 에너지자립마을 조성, 농가 자가 태양광 보급 등 농촌 공간의 에너지 자립 방안을 재생에너지지구 제도와 연계해 구체화하기로 했다. 회의에 참석한 성우농장 이도헌 대표는 “농촌 마을의 에너지 자립을 지원하려면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홍보 강화가 필요하다”며, “관계 법령 제도에 현장의 목소리를 신속히 반영하는 등 현장 밀착형 지원 방안이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 에너지 전환반은 농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 전 과정에서 에너지 구조를 저비용·고효율로 전환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했다. 특히 노후화되고 내연기관 위주인 농기계를 수소나 전기 기반으로 전환하는 방안과 시설원예·축사 등에서 재생에너지와 고효율 설비 도입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여기에 농산물 산지유통센터나 도축장 같은 가공시설에도 자가 태양광을 보급해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에너지 전환 모델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충남대 김용주 교수는 “전기·수소 활용 친환경 농기계 보급을 확대하려면 농작업별 특화 기종 같은 새로운 하드웨어 개발이라는 중장기 과제와 함께 출력이나 작업시간, 충전 여건 같은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단기 과제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규모 농업기반 활용반은 간척지와 저수지 같은 대규모 농업기반 시설, 그리고 농지와 가축분뇨·영농부산물 같은 바이오매스 자원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렇게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농가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는 등 지역 주민과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한국농어촌공사 윤성은 농어촌에너지처장은 “재생에너지 생산 업무를 추진한 다년간의 경험에서 보면, 농업생산 기반시설을 활용할 때는 주민 수용성 확보와 함께 본래 농업생산 목적을 훼손하지 않는 조화로운 설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관련 제도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종구 차관은 “에너지 안보가 곧 식량 안보”라며 TF 운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에 부합하는 농업·농촌 에너지 전환 기본원칙과 성과 지표를 설정하고 관련 제도 정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TF에서 논의된 주요 과제를 바탕으로 농업·농촌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재정사업 등을 적극 발굴하겠다”며 “에너지 전환이 농업·농촌의 에너지 자립은 물론 농가 소득 증대로 이어지도록 각별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TF는 오는 7월 말까지 3개월간 운영되며, 이 기간 동안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세부 이행 과제를 마련할 계획이다. 마련된 로드맵은 정부의 K-GX 추진방안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특히 농촌 탄소중립추진팀이 실무를 총괄하고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도 별도로 운영해 방안의 내실을 다질 방침이다.
이번 로드맵이 실제로 실행되면 농업·농촌의 에너지 자립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가들은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고, 오히려 재생에너지 생산을 통해 추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수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에너지 전환이 농촌 경제 활성화와 국가 전체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