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은 24시간 멈출 수 없는 특수성을 가진 탓에 전쟁이나 국제 정세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의 탈석유화와 친환경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n\n보건복지부는 5월 7일 오후 4시,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미래환경 대응 전문위원회 주관으로 '에너지 안보를 위한 보건의료 분야 탈탄소화 방안'을 주제로 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되며 일반 국민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n\n이번 토론회는 최근 중동전쟁 여파로 의약품과 의료제품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출발했다. 미래환경 대응 전문위원회는 지난 2차 회의에서 이 문제를 인지하고 의료기관과 시설의 에너지 저감 대책을 포함한 보건의료 분야 탈탄소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n\n토론회에 앞서 전문위는 지난 3차 회의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 보건의료 체계 구축 방안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보건 거버넌스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고상백 위원은 건강을 기후정책의 핵심 의제로 삼고 예방, 적응, 거버넌스를 아우르는 통합적 보건의료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록호 연세대 객원교수는 건강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큼 기존의 분절된 정책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으므로 지구건강(Planetary Health) 개념을 법제화하고 전담 조직과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구건강이란 인간의 건강과 지구 생태계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관점에서 건강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접근법이다.\n\n이날 토론회는 청주대학교 강정규 교수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혜기 수석연구원의 발제를 시작으로 고려대의료원 김석만 팀장, 가톨릭대학교 김광점 교수 등 전문위원들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n\n강정규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과 친환경 병원'을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기후변화가 건강 위협을 증가시키고 있으며, 의료기관은 에너지와 물 자원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매우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비교할 수 있는 측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국가 보건의료 탄소배출 관리체계를 만들고 목표를 수립하며, 병원 에너지 효율화와 탈탄소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축 병원은 친환경 건축이나 제로에너지빌딩을 의무화하고, 기존 병원은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확대하고 고효율 보일러와 냉각시스템 도입을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또한 저가치 의료서비스를 줄이고 1차 의료를 강화하며 디지털 비대면 진료를 확대하는 등 진료 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친환경 진료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급망 자체를 탈탄소화하는 정책 목표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n\n김혜기 수석연구원은 '의료시설 탈석유화, 현황 진단과 전략'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병원이 상시 운영되고 의료장비가 고전력을 소비하는 특수성 때문에 에너지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가장 위험해지는 시설이 바로 병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로 병원의 에너지 사용을 평가하고 진단하는 관리는 부족한 실정이다.
김 연구원은 병원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직결되는 만큼, 줄일 수 있는 에너지는 효율화하고 전환해야 할 에너지는 다른 연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율화 방안으로 신축 건물에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적용하고 기존 건축물은 그린리모델링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