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고소애’(갈색거저리 애벌레)가 든 음료가 새로운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서울대학교병원 박준성 교수 연구팀과 함께 췌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고소애’ 장기 섭취가 장내 유익균을 증가시키고 유해균을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항암 치료 중인 환자는 영양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기 쉬워 치료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영양 불균형이 심해지면 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고 삶의 질도 악화될 수 있어, 환자의 상태에 맞는 고품질 환자식이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신소재를 찾기 위해 항암 치료 중인 췌담도암 환자 3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8주간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군에게는 ‘고소애’ 음료를, 대조군에게는 미숫가루 음료를 각각 제공한 뒤 생물 분류 단계 수준에서 대장 미생물 군집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소애’ 음료를 마신 환자군에서는 장내 유익균 비율이 눈에 띄게 증가한 반면, 유해균 비율은 크게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유익균인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 문은 5.36% 늘었고, 프레보텔라(Prevotella) 속은 6.06% 증가했다. 반면 유해균인 피르미쿠테스(Firmicutes) 문은 12.68% 줄었고,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ales) 목은 12.00% 감소했다.
대조군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고소애’를 섭취하지 않은 환자군에서는 장내 유익균이 줄고 유해균이 늘어나는 전형적인 장내 미생물 불균형이 관찰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소애’가 항암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임을 임상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다.
농촌진흥청은 이전 임상시험에서도 ‘고소애’ 분말이 수술 후 환자의 면역력과 영양 지표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더해 ‘고소애’가 특수의료용도식품(메디푸드) 제품 개발을 위한 소재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서울대학교병원 박준성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소애’ 장기 복용이 항암 환자에게서 나타나기 쉬운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개선한다는 것을 임상적으로 증명한 것”이라며 “’고소애‘를 활용한 프로바이오틱스 개발 근거를 마련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농촌진흥청 산업곤충과 박홍현 과장은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고소애‘ 활용 범위를 특수의료용도식품 소재 등으로 확대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식용곤충 기능성을 의학적으로 입증해 식용곤충 산업 활성화와 곤충 농가 소득 창출에 이바지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고소애’에 포함된 다당체와 외피 성분인 키틴·키토산이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 효과를 낼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는 ‘고소애’가 단순한 단백질 공급원을 넘어 장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복합 기능성 식품 소재로 발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