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치매 발병 후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사람을 미리 지정하도록 하는 ‘보험계약 대리청구인 지정제도’를 개선해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대리청구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치매가 발병하면 보험금 청구가 어려워지는 만큼, 계약자가 기명 또는 무기명 대리청구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이찬진 원장 주재로 ‘제2차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사항을 논의했다.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는 소비자 관점에서 금융감독·검사 현안과 제도개선 사항을 종합 검토하는 금감원장 직속 최상위 자문기구다. 이날 회의에서는 소비자 보호와 직결된 7개 안건이 논의됐으며, 보험계약 대리청구인 지정제도 개선은 ‘불공정 금융관행 개선안’ 중 하나로 다뤄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치매보험 시장은 확대되는 반면 치매보험 대리청구인 지정률은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치매보험 신계약 건수는 66만1449건으로 2021년(34만1165건)보다 93.9% 증가했지만, 대리청구인 지정률은 16.5%로 2021년(21.2%)보다 4.7%포인트(p) 떨어졌다. 금감원은 치매보험 대리청구인 지정률 하락 원인으로 “계약자가 치매 발병 가능성을 스스로 낮게 보거나, 치매 발병 뒤에도 배우자나 자녀가 대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오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험사가 대리청구인에게 진료기록 등 민감정보가 포함된 계약자용 개인정보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금감원은 “대리청구이 지정되지 않으면 보험금 청구가 어려워져 가족의 치료비 부담이 커지고, 보험금 분쟁이 늘어나는 등 소비자 보장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감원은 대리청구인 지정 방식을 현재 선택형(지정·미지정)에서 지정제로 변경한다. 이에 따라 계약자는 ‘기명 대리청구인’ 또는 ‘무기명 대리청구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계약자가 ‘대리청구인 미지정’을 원할 경우 “대리청구인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치매 발생 시 대리인을 통한 보험금 청구가 불가능함을 인지합니다”라는 유의사항을 명확하게 안내해 대리청구인 지정을 유도한다. ‘무기명 대리청구인 지정제도’도 신설한다. 이는 대리청구인의 개인정보 동의 없이도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에 한정해 대리청구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리청구인으로 특정인을 지정하지 않으므로 보험사의 개인정보 동의서 징구는 불필요하다. 보험금은 계약자(보험수익자)의 은행 계좌로 입금되며, 대리청구인은 필요시 은행에 요청해 치료비를 이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보험사가 대리청구인을 지정할 때 필수 정보만 수집·이용할 수 있도록 간소화된 개인정보 관련 동의 서류를 신설한다. 금감원은 개선된 대리청구인 지정제도를 업계 의견 수렴, 약관 개정, 전산시스템 변경 등 절차를 거쳐 오는 7월 치매보험부터 적용·시행할 예정이다. 적용 상품은 올해 말까지 암·뇌·심혈관 보험상품으로 확대하고, 이후 운영 경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 질병 보험상품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보험상품 약관 및 상품설명서 개선 태스크포스(T/F) 운영 방안’도 논의됐다. 금감원은 현재 보험약관과 상품설명서가 어려운 용어와 과도한 정보량으로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상품설명서 내용 재구성 및 중복기재 사항 통합, 중요내용 시각화, 약관 용어 순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권 최저생계비 상계 관련 업무관행 개선방안’도 안건에 포함됐다. 최저생계비 250만원 상당 예금은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지만, 대부분 은행은 최저생계비 여부를 확인하기 전에 대출과 예금을 상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계좌정보 통합조회 내역 등을 최저생계비 입증자료로 인정하는 등 입증자료 범위를 확대하고, 상계 전 충분한 안내와 입증자료 준비기간을 부여하는 등 취약계층 보호망을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이날 회의의 주요 자문 및 검토 의견을 추후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원회의 자문 의견을 금융감독·검사 업무와 제도개선 과정에 반영하고, 소비자 신뢰를 해치는 구조적·관행적 요인을 지속 발굴해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