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 태풍 사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울진군 이재민들이 집단 이주해 조성한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 이곳은 접경지역 민간인 통제선 안에 위치한 준분지 지형으로, 비가 내리면 물과 흙이 모여들기 쉬운 환경이었다. 그러나 군 작전상의 이유로 치수를 위한 사방사업(흙·모래·자갈의 이동으로 인한 재해를 예방·복구하는 공사)이 원활히 추진되지 못했다. 그 결과 장마철이면 하천 범람 위험에 노출되었고, 더 큰 문제는 군사훈련 중 쓰인 유실 지뢰가 마현천 곳곳에 남아 있어 주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이 수십 년간 지속되자 마현리 주민들은 올해 1월 새롭게 출범한 국민권익위원회 집단갈등조정국에 집단민원을 제기했다. 주민들은 단순한 하천 정비를 넘어 유실 지뢰까지 제거하려면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군이 함께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는 즉시 현장 조사에 나섰고, 주민대책위와 육군 제15보병사단, 철원군, 강원특별자치도 등 관계기관과 여러 차례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 24일 철원군에서 현장조정회의가 열렸다. 정일연 국민권익위원장이 직접 주재한 이 자리에는 마현리 주민, 제15보병사단장, 철원군수, 강원특별자치도지사 권한대행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세 가지 핵심 합의가 도출됐다. 첫째, 올해 장마철이 도래하기 전에 주요 범람 위험 지역에 대한 유실 지뢰 제거 작전과 준설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둘째, 중장기적으로 마현천 전반에 대한 유실 지뢰 탐지·제거와 하천 정비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셋째, 이 같은 조정 사항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관·군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단순히 국민권익위의 중재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청와대 공공갈등조정비서관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기관 간 협력 방안을 조율했다. 또한 국방부와 육군이 정책적 지원과 함께 인력·장비 투입을 확대하기로 결정하는 등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뒷받침됐다.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고질적 민원이 정부의 원팀(One Team) 협업으로 풀려나가는 모습이다.
정일연 국민권익위원장은 “이번 마현리 집단민원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민원이었지만, 다수 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적극행정의 대표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제 마현리 주민들께서 지뢰와 수해의 위험 없이 일상을 영위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국민권익위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 민원현장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국민과 함께하는 마음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으로 마현리 주민들은 올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비교적 안전한 환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유실 지뢰 제거 작전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주민들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국민권익위는 앞으로도 접경지역 등 소외된 민원 현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관계 기관과 협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