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의 발목을 잡는 불합리한 현장 규제를 대대적으로 개선한다. 국무조정실은 4월 24일, 규제합리화위원회 민생분과위원회에 '2025년 중소기업 100대 현장규제' 개선 결과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규제 개선은 지난해 12월 1일 열린 '중소기업 규제합리화 현장대화'에서 중소기업인들이 직접 정부에 건의한 100건의 애로사항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과제를 신속하게 검토·조정하여 총 25건의 과제를 개선했으며, 그중 12대 주요 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개선 과제는 크게 ▲경영부담 완화 ▲기업성장 지원 ▲행정 간소화 등 세 분야로 나뉜다.
■ 경영부담 완화: 안전과 공정성 강화
먼저, 건설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원도급사가 하도급사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의무적으로 계상하도록 했다. 그동안은 발주자와 원도급사 간 도급계약 시에만 이 비용을 의무적으로 계상했고, 하도급 계약에는 의무가 없어 하도급사가 안전 관리 비용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하도급사의 39.5%가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부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개선으로 2000만 원 이상 공사는 하도급 계약 시에도 안전 관리비를 반드시 계상해야 하며,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추진된다.
아울러 원도급사가 하도급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하자보수 정산, 추가공사비 정산 등 다양한 명목으로 부당하게 유보하는 관행도 금지된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불합리한 지급 유보 약정을 부당 특약으로 규정할 예정이다. 이는 영세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건설 생태계 전반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건축자재 제조설비를 임차해 사용하더라도 해당 기업이 전용으로 사용하고 직접 관리하는 경우 화재안전 관련 품질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기존에는 제조설비를 직접 소유해야만 품질인정이 가능해 고가 장비를 구매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부담이 컸으나, 이번 개선으로 리스나 렌탈 등이 가능해져 장비 교체 비용 부담이 완화될 전망이다.
환경 분야에서는 골재의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폐석재를 '순환자원'으로 지정해 폐기물 규제를 면제하기로 했다. 암석을 채석·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깨진 석재나 자투리는 토사가 섞이지 않은 우수한 품질임에도 일괄적으로 폐기물로 분류돼 처리 비용이 연간 약 16억 원에 달했다. 앞으로는 순환자원 지정을 통해 폐석재를 재활용할 수 있어 기업의 처리 비용 절감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
■ 기업성장 지원: 수출·인재·기술 경쟁력 강화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수출바우처사업의 해외인증 분야에 중간정산 제도를 도입했다. 유럽 CE나 미국 FDA 같은 해외 규격 인증은 취득에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 그동안은 인증이 완료되지 않으면 비용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중간보고서를 제출하면 발생 비용의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인재 양성을 위한 규제도 완화된다. 기업 본사가 지방에 있더라도 기업부설연구소가 수도권에 있는 경우, 수도권 소재 대학에 계약학과를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그동안은 본사 소재지 기준으로만 계약학과 설치가 가능해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이 수도권 연구소 직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려웠다. 이번 개선으로 기업의 우수 인재 확보와 이탈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분야에서는 중소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제한 경쟁 구간을 현행 20억 원 미만에서 40억 원 미만으로 확대한다. 공공 SW 사업 규모가 점점 커지는 추세에서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를 넓히기 위한 조치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추진되며, 중소기업의 성장과 SW 산업 기반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소형풍력터빈에 대한 KS인증 가능 기관을 확대한다. 현재는 제주도에 한 곳만 있어 연간 2~3기밖에 인증을 받을 수 없었으나, 전남 영광에 테스트베드를 추가 구축해 2029년까지 연간 5~7기까지 인증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 행정 간소화: 불필요한 중복 규제 개선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정기 검사 주기가 합리화된다. 그동안 발전소는 전기설비계통 정기검사(4년 주기)와 부지·구조물 정기검사(2년 주기)를 각각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4년 주기로 통합해 실시한다. 검사 횟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기업의 행정·경제적 부담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지하철 영상광고 심의 절차도 간소화된다. 지상파 등 방송광고 심의를 이미 거친 영상광고에 대해서는 서울 지하철 광고 심의를 약식으로 진행해 심의 기간을 5일에서 2일 이내로 단축한다. 그동안은 이미 방송 심의를 통과했음에도 지하철에 게재하려면 별도의 심의를 다시 받아야 해 이중 부담이 있었다.
재사용전지 분야에서는 소프트웨어(SW) 기법을 활용한 안전성 검사 기관을 확대한다. 물리적 방식 대비 비용이 5분의 1 수준인 SW 기법 검사 기관은 현재 1개소에 불과했으나, 앞으로 6개소로 늘어나 중소기업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소상공인과 소기업에 대한 '노란우산 공제금' 미청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가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공제금 지급 대상자의 최신 연락처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2만 5460건, 총 1868억 원의 공제금이 연락처가 없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조치로 신속한 환급이 가능해져 소상공인의 재창업 자금 확보와 생활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규제 개선 성과가 현장에서 빠르게 체감될 수 있도록 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하는 등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또한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기업 활동과 투자에 걸림돌이 없도록 현장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