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종합소득세 신고부터 해외 펀드에 투자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외국에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세청은 24일 펀드 투자자가 해외에서 납부한 세금을 직접 공제받는 '펀드 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가 올해 처음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연간 이자·배당소득 합계가 2천만 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국내 설정된 펀드를 통해 해외 자산에 투자해 소득을 얻고, 그 과정에서 펀드가 외국에 세금을 납부한 경우 적용된다.
기존에는 펀드 단계에서 외국납부세액을 먼저 환급해 주는 방식이었으나, 이중과세 조정의 비효율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올해부터 투자자가 직접 신청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됐다. 과거 방식은 ISA나 연금계좌 같은 절세계좌에서도 외국납부세액이 환급돼 국고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국세청은 제도를 합리화해 투자자가 종합소득세 신고 시 세액공제를 직접 신청하도록 변경했다.
외국납부세액공제를 받으려면 먼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여야 한다. 연간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을 합쳐 2천만 원을 초과하는 거주자가 해당되며, 이들은 국내에 설정된 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간접투자기구(REITs) 등을 통해 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간접투자한 경우에 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상장된 S&P 500 지수 추종 ETF에 투자해 배당소득을 얻은 투자자가 연간 금융소득 2천만 원을 넘으면, 해당 ETF가 미국 현지에서 납부한 세금을 국내 종합소득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신청 방법은 5월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시 '간접투자회사 등 외국납부세액공제 계산서'를 첨부하면 된다. 이 서식에는 공제받을 외국납부세액을 기재해야 하며, 해당 금액은 펀드 판매사(증권사, 은행 등)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손쉽게 작성할 수 있다. 투자자는 펀드 판매사로부터 간접투자외국법인세액, 외국 원천징수세율, 국내 원천징수세율, 공제율 등이 담긴 자료를 받아 계산서의 각 항목을 채우면 된다. 다만 판매사별로 자료 제공 방법과 시기가 다를 수 있으므로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여러 판매사를 통해 투자한 경우 각사로부터 자료를 받아야 한다.
펀드 외국납부세액공제는 다양한 펀드 유형에 적용된다. 대표적으로 국내 상장 S&P 500 또는 나스닥 100 지수 추종 ETF, 국내 상장 해외 부동산 리츠 ETF, 국내 설정 해외 채권형 공모펀드 등이 대상이다. 또한 자본시장법상 투자회사, 투자신탁, 투자유한회사 등과 부동산투자회사법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 법인세법에 따라 내국법인으로 보는 신탁재산도 포함된다. 단, 외국 법률에 따라 외국에서 설정·설립된 역외펀드는 제외되며, 이런 경우 일반 외국납부세액공제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
공제 효과는 상당하다.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신청하면 펀드가 해외에서 납부한 세액에 상당하는 금액만큼 국내 소득세가 줄어든다. 예를 들어 S&P 500 ETF에 투자해 미국에서 15%의 배당소득세를 납부한 경우, 국내에서 동일한 소득에 대해 14%의 배당소득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공제를 통해 이중과세가 방지된다. 실제 공제액은 종합소득세 산출세액과 외국납부세액을 비교해 산정되며, 투자자는 서식 작성을 통해 이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모든 투자자가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아닌 경우, 즉 연간 이자·배당소득이 2천만 원 이하인 투자자는 펀드 판매사의 원천징수 과정에서 이미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완료되므로 별도로 신청할 필요가 없다. 또한 ISA 계좌를 통해 투자한 경우 만기까지 유지하면 최대 400만 원까지 비과세되고 초과분도 저율 분리과세되지만, 중도 해지 시에는 혜택이 사라지고 금융소득이 2천만 원을 넘으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이 돼 외국납부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연금계좌를 통한 투자의 경우 올해는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금계좌에서 외국납부세액공제는 2025년 1월 1일 이후 지급된 소득에 대해 2026년 7월 1일 이후 인출하는 분부터 적용되므로, 올해 5월 신고에서는 정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연금계좌 내에서 외국납부세액은 별도로 적립·관리되며, 향후 소득 인출 시 국내 세액에서 차감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는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세청은 이번 제도가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금융기관과 금융투자협회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고, 세무대리인 협회에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금융투자협회 실무자 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2월과 8월 증권사 간담회를 열었으며, 4월 말에는 세무대리인 협회 현장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 신고 유의사항을 정리한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납세자들이 편리하게 세무신고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세액공제 신청을 위한 핵심 서식 작성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간접투자회사등 외국납부세액공제 계산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부분인 '1. 간접투자회사등이 납부한 외국법인세액 명세'에서는 펀드 판매사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간접투자외국법인세액과 공제율을 곱해 '조정 간접투자 외국법인세액'을 산출한다. 두 번째 부분인 '2. 공제대상 간접투자 외국법인세액'에서는 투자자의 종합소득세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한 기준소득과 조정계수를 이용해 최종 공제액을 계산한다. 기준소득은 종합소득과세표준에서 2천만 원과 연금소득 관련 공제액 등을 차감해 산출하며, 조정계수는 소득세법 시행령 별표에서 찾아 적용하면 된다.
이번 제도 변경은 2025년 1월 1일 이후 지급받는 소득분부터 적용되며, 올해 5월 신고는 그 첫 사례다. 따라서 펀드 투자로 해외소득을 얻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반드시 해당 공제를 신청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이 좋다. 국세청 관계자는 "변경된 방식의 펀드 외국납부세액공제가 올해 처음 시행되는 만큼, 펀드 투자로 외국에 납부한 세액이 있는 납세자는 금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 공제를 신청해 꼭 혜택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올해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기한은 5월 31일까지이며, 성실신고확인 대상자의 경우 6월 30일까지 신고해야 한다. 세액공제를 신청하려면 반드시 해당 서식을 작성해 제출해야 하며, 필요한 자료는 사전에 펀드 판매사로부터 받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세청은 홈택스나 세무대리인을 통해서도 신고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했으며, 자세한 사항은 국세청 홈페이지나 관할 세무서에 문의하면 된다.